
현대자동차 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바닥에 엎드려 있다. 종아리를 접어 바닥과 직각으로 세운 모습이다. 요가를 하듯 발을 등 쪽으로 움직인다. 어럽쇼, 발을 90도 다 돌려 허리 부근 바닥을 디디더니 곧바로 일어선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선보인 아틀라스. 외형은 인체와 거의 동일했지만, 몇 부분이 판이했다. 관절 가동 범위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고관절이 360도 돌아갔다. 사람과 달리 손을 짚지도, 무릎을 앞으로 굽히지도 않은 채 직립할 수 있는 비결이다.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나 필자가 주목한 아틀라스의 특징이 있다. 엉덩이가 없다는 것이다. 골반에 해당하는 부위가 있어 대퇴부와 연결됐지만 골반 뒤에 엉덩이가 붙어 있지 않다. 아틀라스와 달리 인간은 엉덩이가 있다. 게다가 다른 포유류는 물론이고 영장류 중에서도 엉덩이가 가장 크다. 아틀라스를 비롯한 휴머노이드가 엉덩이 없이 진화했다는 사실은 인간 엉덩이를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기존 이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이론: “대둔근은 걷고 달릴 때 균형추 역할”
인체의 엉덩이는 피하지방층과 그 아래 대둔근(큰볼기근) 등으로 구성된다. 다른 동물의 대둔근은 인체처럼 크지 않다. 영장류도 마찬가지다. 고릴라는 어깨가 넓고 상반신이 굵지만 엉덩이는 사람에 비해 작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볼기근이 어떻게 해서(왜) 커지게 됐는지를 놓고 여러 이론이 나왔다.
하버드대 인류진화생물학자 대니얼 리버먼 교수는 엉덩이가 최초의 호미닌이 걸을 때 좌우로 흔들거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호미닌은 침팬지와 여타 유인원들보다 현생 인류에 가까운 모든 종을 포괄하는 명칭. 리버먼 교수는 《우리 몸 연대기》에서 호미닌 화석 중 하나인 ‘오로린’에 대해 “걸을 때 엉덩이근육을 사용해 몸통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었고 몸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힘에 저항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어 “엉덩이의 이런 특징들은 최초의 호미닌이 걸을 때 좌우로 흔들거리지 않았음을 알려준다”고 설명한다.
일본 해부학자 사카이 다츠오 준텐도대 교수도 직립 보행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인체 엉덩이가 기능한다고 말한다. 사카이 교수는 다만 좌우 균형보다 “직립 보행을 하면서 앞으로 쏠리는 상반신을 대둔근이 뒤로 잡아당겨서 허리를 세워준다”고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해부학 이야기》에서 설명한다. 이는 운동보다는 구조를 풀이하는 해설인데, 대둔근은 골반 뒤쪽에서 비롯되어 대퇴골 뒷면의 윗부분에 붙어 대퇴골을 뒤쪽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이족 보행 로봇이 새처럼 걸은 이유도 ‘균형’
필자는 인체의 대둔근이 걷거나 뛸 때 앞뒤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추정했다. 이를 지지하는 사례가 휴머노이드 발달 과정에서 여러 건 나타났다. 다음은 필자 눈에 띈 두 건이다.
우선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두 팔을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는 앞뒤 균형이 쉽게 무너졌다. 한 손을 앞으로 내미는 동작을 취하다가 앞으로 쓰러지곤 했다. 당시 휴머노이드 ‘골반’ 뒤에 엉덩이 같은 균형추를 붙인다는 접근은 시도되지 않았다. 추가되는 무게는 배터리 효율을 떨어뜨리고 이는 작동 시간을 단축시키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균형 측면에서 더 희한한 모습이 이후 개발된 이족 보행 로봇에서 관찰됐다. 속도는 느리지만 넘어지지 않고 이동하는 이족 보행 로봇은 새처럼 걸었다. 사람은 걸을 때 무릎을 굽히며 앞으로 내밀어 발을 앞으로 옮긴다. 초기 이족 보행 로봇은 발을 먼저 뻗었고, 무릎에 해당하는 부위는 뒤에서 따라왔다. 이런 동작은 로봇에는 엉덩이라는 균형추를 달지 못한다는 제약에서 고안된 절충안이라고 필자는 짐작했다.
엉덩이 없이도 잘 걷는다면…그 기능은 ‘성 선택’?
웬걸, 아틀라스는 엉덩이 없이도 성큼성큼 걷는다. 앞서 중국 휴머노이드 톈궁(天工)은 빠르진 않았지만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도 형님뻘인 범블C보다 잘 걷는다. 다만 옵티머스는 보폭이 아틀라스보다 좁다. 균형 문제를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듯하다. 대신 옵티머스는 사람만큼 정교한 손놀림에 더 능하다.
아틀라스는 인류 진화에서 엉덩이를 설명하는 기존 이론에 의문을 던졌다. 엉덩이가 균형에 일부 도움이 됐을 수는 있으되, 결정적인 요인이었는지는 불분명해졌다.
설명력이 더 커질 수 있는 가설은 성 선택이다. 엉덩이가 탄탄하거나 탐스러울수록 이성에게서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졌으리라는 주장이다. 엉덩이를 포함한 신체 특징이 성 선택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해석을 시도한 연구들이 있다. 지구촌에서 이 가설을 가장 강하게 뒷받침하는 나라가 브라질이다. 브라질에서는 엉덩이를 확대하는 성형이 성업 중이다.

인간 특유의 신체 중에는 딱 부러지게 분석되지 않는 곳이 여럿 있다. 턱이 포유류 중 사람처럼 긴 동물은 없다. 영장류 중 사람 코가 가장 크다. 침팬지를 보면 정면에서 콧구멍이 보인다. “코의 쓸모는 안경을 받치는 것”이라는 유머도 있긴 하다. 사람 턱과 코가 어떤 진화적인 이득을 줬는지는 불분명하다.
인체 진화의 미스터리에 엉덩이가 추가될 듯하다. 하기야, 모든 신체 부위가 다 고유의 용도로 설명된다면 그건 휴머노이드다. 엉덩이도 우리를 인간답게 한다. 대둔근에 새삼 관심을 두고 유지하거나 키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