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매일 고통과 공포에 몸부림…지켜보는 의사도 괴로워” 대상포진이 치명적인 이들

[인터뷰] 이명수 원광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이명수 교수는 “사회와 환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대한류마티스학회

“류마티스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대상포진은 한마디로 ‘언제든 올 수 있는 공포’예요. 세 번까지 재발한 환자도 봤죠. 부종이 눈을 뒤덮어 눈을 제대로 못 뜨는 환자도 있고요. 질병 자체의 아픔만큼이나 대상포진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입니다.”

류마티스 질환을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 대상포진은 쉽게 볼 수 있는 합병증이다.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몸 속에 숨어 있다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활성화하는데, 류마티스질환자는 그 특성상 면역을 억제하는 방향의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

이 때문에 의료계는 꾸준히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NIP)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에는 대한류마티스학회 등 6개 학회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명수 원광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이사)는 코메디닷컴을 만나 “대상포진 백신의 NIP 도입은 환자와 사회 양쪽을 위해 미룰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류마티스질환이 뭐길래?

관절·류마티스내과에서 다루는 ‘류마티스 질환’은 자가면역질환을 말한다. 외부 요인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과정(면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스스로를 공격하는 병을 뜻하는 용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약물을 사용해 환자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면역이 떨어진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커진다. 백신을 맞는 것도 어렵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이 교수는 “류마티스 질환자들의 대상포진 유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까지 더 높다”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면역 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백신을 맞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생백신’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흔히 맞는 생백신은 실제 병원체의 독성을 약하게 만들어 투여하는 방식이예요. 생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은 약화된 병원체를 면역체계를 통해 이겨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항체가 만들어지죠. 그런데 생백신은 말 그대로 실제 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체내에서 진짜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합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류마티스 질환자들에게 이걸 사용하는 건 대상포진에 걸리라는 말과 다르지 않아요.”

대상포진 백신이 없는 환자들은 발병 위험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증상도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된다. 대상포진의 신경통은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는데,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통증 강도가 더 세고 지속 기간도 2배 가까이 길어지는 사례가 흔하다. 피부 병변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1년 이상 통증이 이어지는 환자도 있다.

‘신세대 백신’ 탄생했지만…

이 때문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생백신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형태의 백신 등장을 기다려왔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유전자재조합백신’이다.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항원과 면역증강제를 결합한 형태의 백신으로, 면역저하자나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도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예방 효과 역시 90% 이상으로, 생백신(50~60%)에 비해 크게 높다.

문제는 가격이다. 의료기관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회 접종에 20~30 만 원이 든다. 총 두 번 맞아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최대 60만 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한 셈.

이에 영국에서는 50세 이상 중증 면역억제자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제공하며, 최근에는 이를 18세 이상의 환자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 프랑스, 싱가포르 역시 고령층이나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국가 주도 예방접종 정책이 시행 중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와 의료계가 NIP 도입을 촉구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고통과 경제적 부담 사이 고민하는 현실”

“현재 60세 이상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률은 약 38.2%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백신이 포함된 수치죠. 보건소 등에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1회 접종이 가능한 생백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생백신의 비율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NIP에 포함되어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82.5% 수준이예요. 단순 계산해도 두 배가 넘습니다.”

학회 측은 NIP에 대상포진 유전자재조합백신이 포함되면 접종률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환자들의 자신감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면역 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언젠가 발생할 대상포진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라며 “의료진 입장에서도 보다 자신 있게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의 50세 이상 인구 80%가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했을 때 얻게 되는 사회경제적 이득은 접종사업에 드는 비용의 1.5배 수준이다. 접종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치료비, 휴직이나 입원 등으로 생기는 생산성 손실, 합병증 치료 비용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접종 사업비용에 비해 분명한 ‘가성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

“류마티스 전문의는 누구보다 환자의 고통을 가까이에서 보지만, 지금의 구조에서는 선뜻 ‘백신 맞으시라’고 권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비용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머뭇거리는 환자도 많고요. 그럴 때마다 참 괴롭죠. 의사가 누구보다 그 필요성을 알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지금에라도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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