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모두 공공병원 건립에 참 열심이다. 부산은 서부산의료원, 경남은 진주의료원, 울산은 울산의료원을 추진 중이다.
부도로 8년 넘게 문을 닫은 부산 침례병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자병원으로 전환하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도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을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다루기 시작했다.
부울경 지자체장들의 표면적인 명분은 분명하다. 지역 의료 공공성 확대, 필수의료 강화, 의료 사각지대 해소다.

하지만 최근 부울경 기존 공공병원들 ‘운영 성적표’는 이런 논리를 마냥 환영만 하기는 어렵게 만든다. 공공병원을 더 짓겠다는 지역에서, 이미 운영 중인 공공병원들마저 전국 최하위권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의문점을 던져주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성적표 받아든 부울경 공공병원들…‘낙제’ 겨우 면한 정도? (코메디닷컴 2025년 12월 22일) https://kormedi.com/2774311/
부울경 공공병원들 성적표, 정말 ‘적자’ 때문만일까
보건복지부의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는 4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양질의 의료(30점),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30점), 합리적 운영(20점), 책임 운영(20점). 공공성과 의료의 질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그 외 ‘합리적 운영’ 영역에 병상 가동률, 일부 생산성·재정 지표가 포함돼 있지만, 구조만 놓고 보면 수익성 일변도의 평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공공병원을 수익성 잣대로 재단한다”는 비판만 반복한다. 공공병원은 필수의료·취약계층 진료·감염병 대응을 맡는 만큼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분명히 있다. 공공병원에는 매년 막대한 국비, 시비, 도비가 들어간다. 그런데 적자가 반복될 때마다 “공공병원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설명만 남는다면, 운영 개선에 대한 긴장감은 사라진다.
그 결과는 뻔하다. 자구 노력은 실종되고, 비용 통제는 느슨해지며, 결국 공공병원은 ‘공공성’이라는 이름 아래 만성 적자를 당연시하는 조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병원의 방만 경영이 지자제의 관리 무능과 겹치면,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최근 발표된 복지부 운영평가에서 부산의료원과 통영적십자병원은 C등급, 마산의료원과 거창적십자병원은 B등급 하위권에 머물렀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 흐름이 올해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부산의료원은 과거에는 B등급 이상을 받으며 중위권 평가를 받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3년 연속 C등급을 기록하며, 평가 결과가 하위권에 고착되는 양상이다.
마산의료원 역시 과거에는 무난한 중위권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위권 B등급에서 정체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을 보면 풍경은 다르다. 최근 운영평가에서 A등급 병원은 매년 10곳 이상 꾸준히 나왔다. 가장 최근 평가에서도 15곳이 A등급이다. 수원, 이천, 포천, 안성, 파주의료원 등 수도권 병원들도 있지만, 대구의료원부터 삼척, 공주, 홍성, 서산, 군산, 남원, 포항, 김천의료원과 영주적십자병원은 어떤가? “공공병원이라서 성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전국 단위로 놓고 보면 더 이상 보편적이지 않다.
문제는 ‘적자’가 아니라, 적자를 대하는 방식
공공병원의 적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정책적’(政策的) 적자다. 감염병 대응, 응급·중증·분만·소아 진료, 의료취약계층 진료처럼 국가와 지자체가 맡긴 역할의 비용이다. 이 적자는 병원의 ‘무능’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대가’다.
둘째, ‘운영적’(運營的) 적자다. 병상 운영 비효율, 과도한 관리비, 구매 구조와 계약 구조에서의 낭비, 진료비 청구 과정에서의 누수 등은 관리 역량의 문제다. 일반 민간병원에서라면 당장 난리가 난다.
문제는 이 두 적자가 평가와 회계에서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정책적 적자까지 운영 부진으로 오인되거나, 운영적 적자가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면책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새로 짓는 공공병원, 같은 길을 갈 것인가
이 질문은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 부울경에는 이제 막 첫 삽을 뜨거나 추진 단계에 있는 공공병원들이 줄줄이다. 서부산의료원, 진주의료원, 울산의료원,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전환까지.

이들은 지역 의료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명분과 함께, 지자체장에게는 눈에 보이는 성과이기도 하다. 보도용 사진 찍기도 좋고, 지역에 생색 내기도 으뜸이다.
문제는 개원 이후다. 병원은 지자체장들 임기 중에 지어지지만, 운영 성적표는 임기 이후에 나온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짓는 정치’는 반복되지만 ‘운영 실력’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공공병원 성패의 진짜 책임은?
공공병원 확충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이 짓는 것만으로 공공의료가 강화되지는 않는다. 신규 공공병원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달라져야 할 조건은 분명하다.
정책적 적자와 운영적 적자를 회계 및 평가 단계에서 구분할 것. 그래서 정책적 적자는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보전(補塡)하고, 운영적 적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관리와 개선 요구를 해야 한다. 경영 무능이 ‘공공의료’의 커튼 뒤로 숨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것. 이것을 방치하고 있다면, 그땐 정부와 지자체 책임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공공병원 수익성 지표는 흑자를 누가 많이 내나 하는 흑자 경쟁이 돼선 안 된다. 공공의료를 포기하고 얻는 흑자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뒤집어놓은 일이기 때문. 이에 수익성 지표는 운영을 합리적으로 했느냐의 최소 기준선(pass or fail)으로만 활용하면 충분하다.
부울경이 공공병원을 더 짓겠다면, 이제는 묻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병원을 몇 개 늘렸냐”가 아니라, “그 병원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고 있는가”다. 공공의료 확대의 명분이 또 다른 ‘만성 적자’의 반복으로 귀결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