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참 민망하네”...욕설이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욕설의 심리적 ‘탈억제’ 효과 입증...통증 완화부터 사회적 유대감 강화까지, 금기어의 재발견

“참 민망하네”...욕설이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극심한 스트레스나 예상치 못한 고통에 직면했을 때 터져 나오는 욕설은 억눌린 감정을 배출하는 비폭력적인 수단이 되며, 이를 통해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운전 중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행위에는 실제적인 물리적 보복을 하지 않고 분노를 가라앉히는 순기능 측면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욕설은 흔히 감정의 배설이자 교양 없고 자제력이 부족한 행동으로 치부된다. “욕설은 나쁜 것”이라는 도덕적 판단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금기어인 욕설이 단순한 감정 표출을 넘어,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향상하고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킬대(University of Keele)와 미국 앨라배마대 공동 연구팀은 18~65세 남녀 182명(1차 84명, 2차 94명)을 대상으로 욕설이 인간의 수행 능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2초마다 자신이 선택한 욕설을 내뱉게 하고, 다른 쪽은 의자·나무 등 중립적인 단어를 반복하게 했다. 이들은 의자 좌석에 팔을 대고 체중을 들어 올린 후 가능한 한 오래 버티는 ‘의자 푸시업’(Chair Push-Up)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욕설을 내뱉은 그룹은 중립적인 단어를 말한 그룹보다 평균 10% 더 오래 버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욕설을 한 그룹이 근력과 지구력에서 그만큼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탈억제(disinhibition)’ 효과로 설명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힘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제어한다”며 “욕설은 이런 사회적, 심리적 제약을 헐겁게 만들어 집중력과 자신감을 높이고, 주의 산만함을 줄여 어떤 일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상태, 즉 심리적 몰입 상태로 이끈다”고 말했다. 또한 “욕설은 칼로리를 소모하지 않으며, 약물이 필요 없고 비용도 들지 않는 가장 손쉬운 수행 능력 향상 도구”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Don’t Hold Back”: Swearing Improves Strength Through State Disinhibition)는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행하는 저널 《미국 심리학자(American Psychologist)》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엑스프레스’가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욕설이 사람들을 내면의 억압에서 해방해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욕설이 단순히 나쁜 말이 아니라 인간의 생리적, 심리적 방어 기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 도덕적 판단을 잠시 접어두고 과학의 눈으로 보면, 욕설은 인류가 생존과 효율성을 위해 개발해 온 일종의 ‘비상 버튼’일지도 모른다.

욕설의 효능에 관한 과학적 탐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처드 스티븐스 박사는 과거 ‘얼음물 실험’으로 욕설의 진통 효과를 입증해 2010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연구에서는 욕설을 마음껏 내뱉은 그룹이 중립적인 단어를 말한 그룹보다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더 오래 버티며 고통을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설을 할 때 뇌는 공격 본능과 관련된 편도체를 자극하고, 이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심박수를 높이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욕설은 신체를 일시적인 흥분 상태인 ‘투쟁-도피 반응’ 상태로 몰아넣어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일종의 ‘음성 진통제’ 역할인 셈이다.

욕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과학적 접근도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언어 활동은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에서 이뤄지지만, 욕설이나 비명은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뇌의 깊은 곳, 변연계와 기저핵에서 주로 처리된다. 이는 뇌졸중 등으로 언어 능력을 상실한 환자 중 일부가 유창하게 욕설을 구사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논리적 언어 회로는 망가졌어도 감정적 언어 회로는 보존된다. 심리학에서는 욕설이 주는 이런 감정적 해소 효과를 ‘라루체지아(Laloochezia)’라고 부른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욕설은 억눌린 감정을 배출하는 비폭력적인 수단이 되며, 이를 통해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게 한다.

사회적 맥락에서 욕설은 유대감을 강화하는 ‘사회적 욕설’로 기능하기도 한다.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연구 결과(2004년)에 따르면 공장 노동자들의 욕설이 서로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동료애를 확인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나누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의 공동 연구(2017년)를 보면 욕설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정직하고 솔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욕설은 감정을 필터링 없이 드러낸다는 뜻이며, 이는 사회적 가면을 쓰지 않는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들이 무분별한 욕설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욕설의 긍정적 효과는 ‘상황적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평소 습관적으로 욕설을 남발하면 뇌가 그 자극에 익숙해지는 ‘습관화’ 현상을 겪어 진통이나 수행 능력 향상 효과가 사라진다. 스티븐스 박사의 연구에서도 평소 욕설을 많이 하는 사람은 고통 완화 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다. 또한 타인과의 소통 과정에서 공격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욕설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언어적 도구다. 이번 연구는 이 ‘금기된 언어’가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심리적 장벽을 넘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나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일 때, 마음속으로 짧고 굵은 욕설 한마디를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을 억누르는 투명한 족쇄를 풀고, 숨겨진 힘을 일깨우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주문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주문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엔 아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욕설을 하면 실제로 힘이 더 세지나요? 그 원리는 무엇인가요?

A1. 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욕설을 할 때 근력과 지구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실험에서는 욕설을 내뱉은 그룹이 중립적인 단어를 말한 그룹보다 의자에서 버티는 시간이 평균 10% 더 길었습니다. 이는 욕설이 사회적 규범이나 두려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억눌러왔던 신체 능력을 해제하는 ‘탈억제(disinhibition)’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욕설은 뇌의 편도체를 자극해 심박수를 높이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투쟁-도피 반응’을 유도하여, 일시적으로 고통을 덜 느끼고 힘을 집중하게 만듭니다.

Q2. 평소에 욕을 자주 하는 사람도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나요?

A2. 안타깝게도 평소 욕설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욕설이 신체 능력을 높이거나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는 뇌가 욕설을 ‘특별하고 강렬한 자극’으로 인식할 때 발생합니다. 평소에 욕을 남발하면 뇌가 그 자극에 익숙해지는 ‘습관화(Habituation)’ 현상이 일어나, 결정적인 순간에 욕설을 내뱉어도 생리적 각성 효과나 진통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효과를 보려면 평소에는 고운 말을 쓰며 욕설을 아껴두어야 합니다.

Q3. 욕설이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나요?

A3. 상황에 따라 그렇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친밀한 동료 사이에서 사용하는 적절한 수준의 비속어는 “우리는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가까운 사이”라는 신호를 주어 유대감과 결속력을 높이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이를 ‘사회적 욕설(Social swearing)’이라고 합니다. 또한 욕설을 하는 사람이 더 솔직하고 정직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적인 유대감이 형성된 관계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상황에 국한된 이야기이며, 타인을 공격하거나 모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당연히 인간관계를 해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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