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다른 것은 하지 말고 통증만 줄여 주면 좋겠어" vs "엄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지..."
엄마는 끝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했다. 85세 어머니는 온몸에 기계장치를 주렁주렁 단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임종이 임박한 말기 환자와 가족은 연명의료 중단 여부로 고민한다.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늘리는 연명의료를 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물,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어머니는 영양분 공급조차 거부했다.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고 싶었을까? 하지만 지독한 통증은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통증 좀 어떻게 해줘"였다. 아들은 끝내 눈물을 떨구었다. "엄마, 죄송해요. 그렇다고 영양분까지 끊으면 어떡해"...
"연명의료 받지 않겠다" 서약...319만 명 넘어섰다.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서약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19만 명을 넘어섰다. 연명의료 중단을 실행한 사람은 47만 4200여 명이다(16일 현재-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자료).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2018년 시작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전엔 꺼내기 힘들었던 죽음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시발점이 됐다.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제도가 정착되면서 연명의료 중단 이행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실제로 연명의료 중단한 사람의 비율은 16.7%
65세 이상의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65세 이상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2023년 기준)에 그쳤다. 적지 않은 말기 환자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임종 직전까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 시술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환자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자녀 등 가족들의 권유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연명의료 선택한 환자, 연평균 6.4%씩 빠르게 증가
연명의료를 선택한 환자수는 2013~2023년 중 연평균 6.4%씩 빠르게 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인구 고령화 요인 외에도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전 과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전 논의 → 의료기관 선택 → 임종기 판정 → 연명의료 중단 이후 돌봄 등의 과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제도적·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한국은행-건강보험공단 자료). 환자 의사와 달리 연명의료를 시행할 경우 환자와 가족, 사회 전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환자의 신체적 고통,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
그렇다면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보완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은행-건강보험공단 공동 연구팀은 대국민 홍보 강화와 제도 참여 경로의 확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강화, 제도의 사각지대 및 이행시점 문제 해소, 연명의료 중단 이후의 돌봄의 연속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연명의료 자체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 될 순 없다. 환자가 삶의 마무리 방식을 미리 충분히 숙고할 수 있도록 돕고, 자기결정이 끝까지 존중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내 결정, 존중해주세요"
위의 사례의 어머니는 의식이 있을 때 아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자신의 결정과 품위 있는 죽음을 존중해 달라고...온갖 기계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조금 더 연명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가족의 부담도 덜어주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중년 세대는 멀지 않은 시기에 자신이 연명의료 중단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나는 삶의 마무리를 확실하게 밝힐 수 있을까? 의식이 있을 때 가족과 공감대를 나누고 상의를 해야 한다. 병이 악화되어 의식을 잃으면 본인의 의사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이제 가족끼리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시대가 됐다. 63세 아들은 "통증은 줄여 달라"는 엄마의 간절한 소원에 눈물을 쏟았다. 미래에 나는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