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은 달걀 냄새’로 유명한 황화수소(hydrogen sulfide·H₂S)가 고질적인 손발톱 감염을 더 빠르고 부작용 없이 치료할 새로운 후보 물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자연 발생 가스가 손발톱 조직을 기존 약물보다 훨씬 깊이 통과하며, 난치성 진균류까지 폭넓게 사멸시키는 항미생물 활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영국 바스대와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이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 등 보도 에 따르면 손발톱 감염은 주로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며 전 세계 인구의 4~10%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손발톱판 아래로 깊게 침투해 생기는 무좀이 그것.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유병률이 50%에 육박하지만 감염 부위가 손발톱판 아래 깊숙한 곳에 있어 약물이 충분히 도달하지 못해 치료가 어려웠다.
경구 항진균제는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2~4개월이 걸리고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 위험이 있다. 국소제는 장기간 사용해도 치료율이 낮고 재발이 잦아 ‘낫기 어려운 감염’으로 꼽힌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시험관 환경에서 분해되고 황화수소를 방출하는 화합물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 연구에서 황화수소는 손발톱 조직을 매우 쉽게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는 그 자체의 항미생물 효과가 실험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황화수소가 진균 세포의 에너지 생산 기전을 방해하고 세포 구조에 비가역적 손상을 일으켜 결국 사멸을 유도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항진균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바스대 생명과학과 앨버트 볼후이스 박사는 “황화수소는 감염 부위에 효율적으로 도달할 뿐 아니라 작용 기전이 기존 항진균제와 달라 치료의 새 문을 열 수 있다”며 “국소제 형태로 개발된다면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피하면서 난치성 감염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화수소 특유의 냄새와 독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연구진은 치료에 필요한 농도가 유해 수준보다 훨씬 낮아 안전성이 충분하며, 적절한 제형 개발을 통해 냄새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CL 의약품의학연구센터장 스튜어트 존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국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첫 단계이며, 향후 5년 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는 아직 실험실 단계지만, 손발톱판을 관통해 감염 부위 깊숙이 도달하는 능력과 기존 치료제와 다른 작용 기전이 확인된 만큼, 황화수소 기반 치료제가 장기적으로 손발톱 감염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