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걸핏하면 복통·설사 80대女…식후 30분~1시간에, 증상 심한 까닭은?

‘만성 장간막 허혈증’ 탓…원인은 동맥경화 일종인 죽상경화증/장의 대사 활동과 혈류 요구량 급증하는 시간에 증상 극심

나이 든 여성이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식사 후 30분~1시간 사이에 배가 몹시 아프고 설사가 잦다면, 죽상경화증으로 작은 창자로 가는 혈관이 심하게 좁아진 상태(장간막 허혈증)를 의심해봐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을 먹고 30분이나 한 시간쯤 지나면 배가 몹시 아프고 설사도 잦은 80대 여성이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9개월 전부터 식후에 배가 쥐어짜듯 아프고 잦은 설사로 고통을 받았다.

동네 병원에서 받은 복부 초음파와 내시경 검사에서 췌장에 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혹은 양성으로 판단돼 소화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제를 처방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식후 복통과 설사는 9개월 동안이나 되풀이되며 좋아지지 않았고, 증상이 점차 나빠져 결국 극심한 복막염 증세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외과 연구팀은 이 같은 증상을 보인 85세 여성 환자의 사례를 최근 학계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2주 전부터 증상이 점차 나빠졌으나 메스꺼움, 구토, 혈토, 혈변 등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을 앓았고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담배를 피운 적은 없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작은 창자(소장)로 가는 핵심 혈관인 상장간막동맥(위창자막동맥)이 죽상경화증으로 심하게 좁아진 상태였다. 만성적인 혈류 부족에 급성 혈전(피떡) 증상까지 겹쳐 작은 창자가 까맣게 죽어가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만성 장간막 허혈과 이에 따른 급성 허혈(AOCMI)’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응급 개복수술을 결정했다. 육안으로는 어디까지 장이 죽었는지 경계가 모호했다. 연구팀은 수술 중 ‘인도시아닌 그린(ICG) 형광 혈관조영술’이라는 특수 영상 기술로, 이미 괴사한 작은 창자의 약 3분의 2를 잘라냈다. 10일 뒤에는 좁아진 장간막 동맥에 풍선과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넣어 피가 다시 흐르게 하는 재관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환자는 일시적인 단장증후군(장 절제 후 흡수 장애)으로 영양 공급을 받으며 회복기를 거쳤다. 또한 4개월 뒤 장을 다시 연결하는 수술을 받아 합병증 없이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례 연구 결과(Multistage Bowel Salvage Through Surgical Resection and Superior Mesenteric Artery Revascularization in Acute-on-Chronic Mesenteric Ischemia: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장간막 허혈증은 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장 조직이 손상되는 치명적인 혈관병이다. 흔히 ‘장에 생기는 중풍’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병은 전체 사망률이 60~80%이나 될 정도로 위험하지만, 초기 진단이 몹시 까다롭다. 이 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동맥경화의 일종으로, 혈관벽에 지방이 쌓여 딱딱해지는 죽상경화증이다.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기 때문에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음식을 섭취해 장의 대사 활동과 혈류 요구량이 급증하는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극심한 복통과 설사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환자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껴 식욕 부진과 급격한 체중 감소를 겪는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일반적인 위염이나 소화불량으로 오인되기 쉽다는 데 있다. 실제로 많은 고령 환자가 내시경이나 초음파 검사만 반복하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혈관이 완전히 막힐 경우 장 전체가 썩어 들어가는 치명적인 상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응급 상황에서 괴사된 장만 정밀하게 잘라내는 수술과 원인이 된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장의 기능을 살리고 삶의 질을 충분히 보존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등 만성병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가 걸핏하면 복통과 설사를 겪고, 특히 식후 30분 이후에 증상이 심해진다면 단순 소화불량으로 넘겨 짚으면 안 된다. 반드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 등으로 장간막 허혈증 여부를 일찍 확인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일반적인 소화불량이나 위염으로 인한 복통과 장간막 허혈증으로 인한 복통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1. 위염이나 소화불량은 대개 음식을 먹은 직후나 공복에 통증이 오고 제산제 등으로 완화됩니다. 반면 만성 장간막 허혈증은 음식을 먹고 장이 본격적으로 소화 운동을 시작하는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반복됩니다. 또한 걸핏하면 복통과 설사가 동반되면서 음식을 먹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체중이 눈에 띄게 감소합니다.

Q2. 내시경이나 복부 초음파 검사만으로도 이 병을 찾아낼 수 있나요?

A2.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위·대장 내시경은 장 내부의 점막 표면만 확인할 수 있고, 복부 초음파는 가스 등에 가려 장 깊숙한 곳에 있는 혈관의 협착 상태를 정밀하게 보기 힘듭니다. 식후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장 혈관병이 의심되면 조영제를 사용하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나 혈관조영술이 필요합니다. 혈관벽에 지방이 쌓여 좁아진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Q3. 평소 동맥경화나 협심증이 있는 사람은 이 병을 더 조심해야 하나요?

A3. 그렇습니다. 만성 장간막 허혈증의 주된 원인은 혈관벽에 지방이 쌓여 딱딱해지는 죽상경화증입니다. 이미 심장병(협심증)이나 뇌혈관 등에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은 장으로 가는 혈관도 좁아져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만성 혈관병을 앓는 노인이 걸핏하면 복통과 설사를 앓는다면 가볍게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장 혈관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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