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북부에서 열린 산악 마라톤 대회 중 길을 잃고 약 90분간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18세 남성이 극적으로 살아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이탈리아 온라인 매체 펜페이지 등에 따르면,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교에 재학 중인 지리 마르지는 지난 9월 27일 코모호수 일대에서 열린 레이크 코모 마라톤 트레일에 참가해 달리던 중 코스를 벗어나 조난을 당했다. 악천후로 인해 대회 당일 코스가 축소됐음에도, 그는 마지막 체크포인트에 도착하지 않아 실종 경보가 발령됐다.
추위 속에서 5시간 넘게 고립, 발견 당시 체온 21℃
지리는 오전 8시 30분 출발 후 12시 30분경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실종됐다. 대회 측은 즉시 구조 요청을 했고, 산악구조대는 오후 2시 43분부터 수색에 나섰다.
그가 발견된 시각은 오후 6시 10분, 장소는 해발 2000m의 산등성이였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그는 심장 박동이 없는 상태였고, 체온은 21℃까지 떨어져 있었다. 구조 당시 의식은 없었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손가락이 얼어 휴대폰도 집을 수 없었고, 에너지바 포장도 뜯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저체온이 심장 멈추게 했지만, 동시에 목숨 살려
현지 병원 응급의료 책임자인 페르난도 루카 로리니 박사는 “발견 당시 환자는 말 그대로 죽은 상태였다. 심장과 폐 기능이 모두 멈춰 있었고, 체온은 21°C까지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정지의 원인이 외상이 아니라 저체온증이었고, 이로 인해 인해 신진대사가 극도로 느려진 상태라는 점을 빠르게 파악한 것이 생명을 살렸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대사 활동이 크게 감소하면서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 기능이 일시적으로 느려진다. 실제로 의료진은 그의 신체 대사율이 약 80% 가까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 손상을 지연시켜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크게 늘려주었고, 이후 이루어진 신속한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CMO 17분 만에 가동…장기 기능을 대신하며 회복 도와
지리는 오후 7시 1분경 병원에 도착했고, 도착 후 17분 만에 ECMO(체외막산소공급) 치료를 시작했다. 심장과 폐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해 혈액을 순환시키고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심정지 상태 등에서 장기 손상을 막고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치료법이다.
로리니 박사는 “환자는 1시간 이상 심정지 상태였지만, 저체온증 덕분에 장기 손상이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저체온증으로 인한 심정지에서 장기 손상 없이 회복한 희귀 사례로 평가되며, 내년 1월 10일 베르가모의 교황 요한 23세 병원에서 열리는 의료 컨퍼런스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체온이 21℃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어떻게 90분간 심정지 후 소생이 가능했나요?
저체온증은 대사 활동을 크게 낮춰 뇌와 장기가 손상되는 속도를 늦춘다. 지리 마르지의 경우 대사율이 약 80% 감소해 치료할 ‘시간적 여유’가 확보되었고, 빠르게 시행된 ECMO가 장기 기능을 대신하며 회복을 가능하게 했다.
Q2. ECMO 치료는 심정지 환자에게 어떤 역할을 하나요?
ECMO(체외막산소공급)는 심장과 폐 기능을 기계가 대신 수행해 혈액을 순환시키며 산소를 공급한다. 심정지 상태에서 장기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치료법으로, 심장이 회복될 시간을 벌어준다.
Q3. 이번 사례가 의료계에서 ‘희귀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심정지가 5~10분 지속되면 뇌 손상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지리는 약 90분간 무수축 상태였음에도 신경학적 손상 없이 회복했다. 극저체온, 즉각적인 구조, ECMO 시행 등 여러 조건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매우 드문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