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한 일을 매번 마감 기한이 임박해야 끝내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마음만 무거운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은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경험한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다. 웹툰 ‘패션왕’으로 큰 인기를 누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41·본명 김희민)가 대표적인 예다.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불나야 끄는 스타일”
기안84는 웹툰 연재 당시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해 힘들어했다. 그의 작품 ‘패션왕’을 빗대 ‘지각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기안84는 한 예능에 출연해 “불나야 끄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예능을 통해 마감 날까지 작업을 끼니도 거른 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쫓기듯이 마감하는 습관으로 받았던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그는 “한번은 어차피 마감 못 해서 잘리게 생긴 거 ‘도망가자’라는 생각까지 했다”며 웃었다.
왜 일찍 마감하지 못할까…“마음에 들 때까지 고쳐”
기안84는 단순히 귀찮거나 하기 싫어서 작업을 미루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좋은 전개를 찾다가 작업을 미루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지각왕’이라는 불명예로 이어졌다.
그는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친다”며 “‘조금 늦더라도 더 재미있는 게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습관이 나 자신에게 안 좋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해”…비기능적 완벽주의
기안84처럼 완벽함을 추구하며 미루는 사람들을 흔히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를 일컫는 정확한 심리 용어는 ‘비기능적 완벽주의’다.
송민규 성모공감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은 “‘완벽하지 않으면 안 한다’라는 태도를 ‘비기능적 완벽주의’라고 한다”며 “의학적인 진단이 아니라 증상을 이야기하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게으른 것은 무력감이나 우울감이 동반된다면, 완벽주의를 가지면서 실제로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불안’이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루는 습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송 원장은 “이런 사람들은 ‘내가 완벽하게 잘 해내지 않으면 망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이분법적인 사고를 깨뜨려야 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해도 된다’ 정도로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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