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남의 명의로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박창범 닥터To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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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명의로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전공의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법으로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공의특별법에서 전공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근무시간을 주 80시간(교육시간 8시간 추가 가능)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많은 수련병원들은 당직이 아니면 병원 당직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일과시간이 끝나면 해당 전공의 ID로 전자 의무 기록에 접속하지 못하는 등 전공의들의 주 80시간 근무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일선에서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전공의의 입장에서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일과시간이 끝났다고 당직에게 자신의 모든 일을 맡기고 퇴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은 내과나 소아과와 같은 비수술과보다는 외과, 신경외과와 같이 수술과 관련된 영역에서 보다 흔히 일어난다.

근무시간에 주로 병동에 있으면서 처방이나 의무기록 작성, 동의서 작성 등 자신과 관련된 일들을 해결하는 내과나 소아과와 같은 비수술과들과 달리 수술과들은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수술방에서 교수들의 수술 과정을 돕고, 수술이 끝나야 병동에 올라와서 밀린 병동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술들이 일과시간 안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응급수술이 갑자기 잡히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병원의 앞서 정책 때문에 일과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전공의는 더 이상 자신의 ID로 전자 의무 기록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흔히 사용하는 편법이 해당일 당직하는 사람의 ID로 접속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의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의 ID로 접속하여 의무 기록을 작성하고 처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전공의 A는 OO대병원 이비인후과 1년차 전공의로 근무하면서 환자 B 담당의였다. 환자 B는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환자로 오후 3시경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1차 마취 종료 후 B의 목 안쪽에서 출혈을 발견하였고, 이에 출혈 부위를 찾아 지혈하기 위해서 마취 담당 의사로 하여금 피해자를 재마취하게 하여 출혈 부위를 찾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이를 찾지 못하자 편도절제부위를 전기소작기로 재소작했다. 이런 이유로 수술이 일과시간이 지나 끝났다. 이에 전공의 A는 당일 오후 9시경 당직의 C의 ID로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해 처방 및 의무기록을 작성하고 서명했다.

검찰은 전공의 A를 의무 기록 거짓 작성으로 기소했다.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위법한 관행이 존재한다거나 직무상 지휘·복종관계에 있다 하여 그 범법 행위에 가담하지 않을 기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OO대병원이 수련(당직) 근무 시간 외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접속을 차단하고 있는 것은 전공의 특별법에 따른 근무시간을 지키고자 한 것인데, 당직일이 아닌 날에 근무시간 제한을 초과하여 근무를 하도록 하였고, 다른 전공의들도 근무시간 제한을 초과하여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위 지시에 따르지 않을 기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다만 당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이 근무시간 제한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경우에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상 본인의 명의로 진료기록부에 서명하는 것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여 벌금 200만 원으로 제한하였다. (울산지방법원 2025. 10. 27.선고 2023고단2543판결)

정리하면 아무리 사정이 있거나 관례라고 하더라도 남의 ID로 전자 의무 기록에 접속하여 처방과 의무 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불법적인 행위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와 함께 병원도 실질적으로 전공의들의 근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과 시간이 종료되면 ID 접속을 차단하는 형식적인 방법이 아니라 수술과 전공의들의 경우 최소한 일과 시간이 종료되기 2시간 전에는 수술방에서 나와 자신과 관련된 일과들을 해결할 수 있게 강제하는 등의 실질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전공의들이 환자 진료의 가장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많은 수련 병원들이 피교육자인 전공의에게 과다하게 의존하고 이들의 희생을 강제하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의료 보조 인력이나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개선하고 이들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글=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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