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많은 사람이 무관심한 항생제 내성…알고 보면 암보다 더 무섭다?

유방암 환자도, 심장병 환자도 항생제 없으면 치료 막막/항생제 내성 심해지면 ‘치료 안전망’ 자체가 모두 붕괴돼…파멸의 길로 치달을 수 있어

항생제를 불필요하게 많이 쓰거나 잘못 쓰면 항생제 내성균이 생길 수 있다. 환자 의사 병원 축산업자 정부 등의 관심과 항생제 오남용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5세 여성 A씨는 유방암 항암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높은 열에 시달렸다. 면역세포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료진은 곧바로 광범위 항생제(카바페넴)를 투여했다. 하지만 장내세균이 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어 약효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의 골든타임은 빠르게 지나갔고 패혈증이 진행되면서 항암치료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암 치료 자체가 항생제 내성 탓에 흔들린 것이다.

62세 남성 B씨는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뒤 항생제에 잘 듣지 않는 세균(MRSA,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에 감염됐다. 표준 항생제가 무력화됐고 이는 재수술과 장기 입원으로 이어졌다. 또한 제왕절개로 태어난 생후 2주 C군은 특정 세균(ESBL 생성 장내세균)에 감염돼 항생제가 듣지 않았고, 치료 지연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패혈증에 결렸다.   

질병관리청은 ‘원 헬스 항생제 내성(One Health AMR)’ 자료를 통해 이 같은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단순히 감염 치료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수술·항암·신생아 치료 등 현대 의학의 핵심 영역을 무너뜨리는 안전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발표한 글로벌 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을 “현대 의학의 성취를 되돌릴 수 있는 위협”으로 규정했다. 또한 항생제 내성률은 2018~2023년 연평균 5~15%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대장균의 40% 이상, 폐렴간균의 55% 이상이 3세대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보였고,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내성률이 70%를 넘어섰다.   

국제 학술지 《랜싯(Lancet)》에 2022년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항생제 내성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숨진 사람이 약 127만 명, 연관된 사망자가 약 495만 명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말라리아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및 에이즈, 결핵 등 전통적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암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약 1000만 명이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단순 수치상으로는 암보다 더 적지만, 의료 시스템 전반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결코 만만치 않다. WHO는 2024년 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 관련 사망자가 매년 약 500만 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내성 병원체 치료 비용은 연간 7300억 달러(약 988조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항생제 중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내성 사례가 2017년 5717건에서 2023년 3만8405건으로 6.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7년 37명에서 2023년 663명으로 17배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항생제 내성 문제는 특히 요양병원 등 고령층·장기 입원 환자에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또한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내성률은 2016년 30%에서 2019년 41%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내성률은 VRE를 검사했을 때, 전체 균주 중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가진 균주의 비율을 뜻한다. 다만 MRSA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의 내성률은 2016년 54%에서 2019년 49%로 다소 줄어든 상태다. 이는 병원 내 감염관리 강화와 항생제 사용 조절의 효과로 추정된다.

“환자 의사 병원 축산업자 정부 모두 나서야…의료시스템 붕괴 막을 수 있어”

한국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연구 결과(2022년)를 보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 환자의 입원 기간은 평균 2~3배 길어지고 치료비는 수천만 원까지 늘어난다. 항생제 내성은 수술 성공률을 떨어뜨리고, 항암치료 일정을 무너뜨리며, 신생아 치료를 실패로 몰아넣는다. 항생제 내성균은 빠르게 진화하고 확산하며, 새로운 항생제 개발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유럽연합(EU)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매년 수십억 달러·유로나 된다고 밝혔다.

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병이다. 이에 비해 항생제 내성은 암 치료를 포함해 현대 의학의 거의 모든 치료 자체를 위협하고 무력화하는 큰 재앙이다. 의료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항생제 내성이 암보다 덜 무섭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항생제 내성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자는 감기 같은 바이러스병에도 항생제를 요구 및 복용하거나 처방받은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하지 않고 중간에 중단하면 안 된다. 의료진·의료기관은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아야 하며, 철저한 감염 관리로 내성균의 확산을 막고, 항생제 사용 지침을 제대로 준수해야 한다. 축산·농업 분야 종사자는 가축 성장 촉진이나 질병 예방 목적으로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내성균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하는 원인이 된다. 국가 차원의 항생제 관리와 하수 토양 환경의 내성균 확산 방지 대책도 필수적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항생제 내성이 암보다 무섭다는 말, 사실인가요? 

A1. 사실입니다. 항생제 내성으로 매년 직접 사망자만 100만 명 이상, 관련 사망자는 500만 명에 달합니다. 암보다 절대 수치상 사망자는 적지만, 항생제 내성은 수술·항암·신생아 치료 등 현대 의학의 거의 모든 영역을 위협합니다. 즉, 단순히 감염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입니다. 

Q2. 항생제 내성이 심각해지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A2. 표준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수술 후 감염 치료가 막히고, 항암 일정이 중단되며, 신생아 패혈증 같은 치명적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환자의 입원 기간은 2~3배 늘어나고 치료비는 수천만 원까지 증가합니다. WHO는 내성을 “현대 의학의 성취를 되돌릴 수 있는 위협”이라 규정하며, 내성률이 매년 5~15%씩 증가한다고 경고했습니다. 

Q3. 한국은 안전한가요? 

A3.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MRSA, VRE 같은 다제내성균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량은 줄었지만 내성률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내성균 감염 환자는 평균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의료비 부담이 폭증해 개인과 사회 모두에 큰 부담을 줍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