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과학의 발달로 이전보다 긴 수명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웰다잉은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잘 죽는 것’이다. 삶의 마지막을 품위 있고 의미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로, 남은 생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담는다.
최근 넷플릭스는 이같은 웰다잉 문화의 정점에 있는 새로운 시리즈, 《명사들의 마지막 한마디(Famous Last Words)》의 첫 편을 공개했다. 이 시리즈는 인터뷰이가 세상을 떠난 뒤 공개되는 조건으로 제작되는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같은 구성의 덴마크 TV 시리즈 원작 판권을 넷플릭스가 구매해 미국판으로 제작하는 형태다.
인터뷰이의 죽음 뒤에 공개된다는 것 외에도 이 시리즈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인터뷰 진행자와 인터뷰이 외에는 녹화 공간에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카메라 역시 원격으로 작동하고, 녹화 세트 밖에서 이를 조종하는 카메라 감독마저 인터뷰 내용을 들을 수 없다. 또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진행자마저 세트를 떠나며, 인터뷰이가 마지막 말을 남기면서 녹화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 방해물 없이 스스로의 삶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시리즈 첫 편 주인공은 지난달 세상을 떠난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였다. 구달 박사는 위스키를 마시며 차분히 자신의 인생과 업적을 돌아봤고, ‘인간이 존엄성을 버려서는 안 된다’며 지구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그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던진 마지막 말이 화제가 됐다.
“희망을 잃으면 무심해지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돼요. 희망을 잃지 마세요. 여러분에게는 미래가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아름다운 지구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세요. 행운을 빕니다.”
동물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90년이 넘는 인생 전부를 바친 구달 박사가 인류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것. 구달 박사를 시작으로 유명인들의 인터뷰가 제작되고 있으며 이는 당사자 사후 공개될 예정이나, 넷플릭스 측은 섭외된 인물에 대한 정보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웰다잉 전문가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이같은 접근 방식은 실제로 학계에서도 권하고 있는 방법이다. ‘품위 있는 죽음’이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며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데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죽음교육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병식 한신대 교수는 “삶에 대한 존재적 질문을 던지며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한편 여생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힘이 된다”며 “미래에 올 죽음을 현재로 가져오면서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진정한 ‘웰다잉’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