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방사선치료는 양날의 칼이다. 고에너지 방사선을 사용해 암세포는 정확히 때려 없애야 하지만, 그 주변 정상조직만은 최대한 살려내야 한다. 이럴 때 ‘보조기기’가 의외로 큰 역할을 한다. 암 치료의 정밀도는 올리고 부작용은 줄여주는 것.

삼성창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지훈 교수팀은 최근 환자 중심 보조기기 3건을 잇따라 특허 출원했다. 더 잘 밀착되는 볼루스(bolus), 색으로 상태를 보여주는 볼루스, 구강 환경 변화를 미리 알려주는 고정장치다.
볼루스는 피부 위에 얹는, 투명한 특수 패드다. 말랑말랑한 실리콘 젤 패드처럼 생겼다. 유방암, 피부암처럼 피부 가까이에 있는 종양을 치료할 때, 방사선이 표면까지 충분히 도달하도록 돕고 원하는 깊이에 정확히 떨어지게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방사선의 ‘초점’과 ‘깊이’를 미세 조정하는 두께 맞춤 쿠션인 셈이다.
지금도 임상 현장에서 두루 쓰인다. 하지만 환자 체형, 병변 위치마다 피부 밀착 정도가 제각각이어서 의료진이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볼루스가 밀착되고, 색으로 알려주고, 미리 경보 울린다”
이번에 최 교수팀이 개발한 ‘진공 압축형 볼루스’는 피부에 착 달라붙는 구조다. 진공으로 공기를 빼면 볼루스가 환자 체형에 맞춰 형태가 변하기 때문. 그래서 엎드리지 않아도, 누운 자세(천와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등이나 허리 쪽 표재성 종양은 보통 엎드려 치료한다. 하지만 체형이나 내과적 문제로 엎드린 자세를 힘들어 하는 환자가 있는데,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사용한 뒤에 진공을 해제하면 원형 복원도 가능하다. 그러면 같은 환자에겐 재사용이 가능해 고비용, 일회용이라는 볼루스의 단점도 줄일 수 있다.
‘감온(溫) 변색 볼루스’도 특별하다. 온도 변화를 감지해 색이 바뀌는 소재를 적용해 피부에 제대로 밀착되면 투명하게 변한다. 색이 없어지면 잘 붙은 것이다. 의료진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덜 밀착돼 공기가 남아있는 부분은 색이 남아있다. 그런 밀착 불량이 일어나면 방사선에 누수가 생기고, 과소 선량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여기에다 치료 중 피부 온도가 급상승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예기치 않은 피부 자극이나 손상 가능성을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는 것.
세번째 아이템, ‘스마트 구강고정장치’는 입안의 ‘산도(pH)’ 변화를 색으로 보여준다는 게 핵심. 두경부암이나 구강암 방사선 치료는 구강 내 정상조직에 염증이나 점막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럴 때 입 속의 pH 변화에 따라 색이 변하는 기능을 장치에 심어, 점막 손상 위험을 조기 포착하도록 했다. 부작용에 대한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 치료 중단이나 지연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왜 ‘보조기기’가 치료 성패를 가르나
방사선은 위험하기에 1mm 차이가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가른다. 볼루스가 환부에 잘 밀착돼 있지 않으면 방사선 선량 분포가 흐트러지고, 피부가 과열되면 화상이나 염증 위험이 높아진다. 또 구강 점막이 손상되면 통증은 물론 식사를 못해 환자 영양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치료가 자꾸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허 3종은 이러한 현장 리스크를 ‘눈으로 보이게’ 하고 ‘자세 제약을 풀어’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치료 비용을 줄이는 등 다양한 부수 효과도 생긴다.
방사선 치료의 품질을 “보이지 않던 곳에서 끌어올리는” 환자 중심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이에 최지훈 교수팀은 4일 “환자들이 더 편안하게 정밀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한 환자 중심 연구개발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