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마취제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연구진이 50명 이상의 환자가 참여한 임상 시험을 거쳐 내린 결론이다.
음악은 심리적 안정을 주고 불안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을 줄이고 혈압을 조절하는 등 실질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는 가설도 의료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를 증명하는 근거는 한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인도 마울라나 아자드 의대 연구팀은 음악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전신 마취가 필요한 복강경 담낭 절제술을 받는 환자 56명을 절반으로 나누고, 한 쪽 집단에만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씌워 수술 시간 내내 음악을 듣도록 했다. 음악은 60~100 BPM의 느린 템포에 가사가 없는 피아노·플루트 연주곡들 중 환자가 직접 선택하게 했다.
이후 연구팀은 음악 재생 그룹(28명)과 음악을 재생하지 않은 대조군(28명)이 완전히 마취될 때까지 필요한 마취제의 용량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수술 후 스트레스 호르몬 지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음악을 재생했을 때 마취제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 마취제인 프로포폴 사용량은 음악 재생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14.7% 줄었고, 보조 마취제인 의료용 펜타닐 사용량은 38.5% 줄었다. 수술 중 혈압 안정성 역시 음악 재생 그룹이 더 뛰어났다.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증가 폭은 음악 재생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42.9% 낮았다. 수술이라는 커다란 외부 자극이 생기면 신체는 이러한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술 후 회복기에 코르티솔 분비가 활성화된다. 코르티솔 분비가 억제되지 않으면 쿠싱 증후군 등 내분비질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수술 중 음악을 들었던 환자들이 마취제와 진통제를 더 적게 사용하고도 코르티솔 분비는 더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양한 마취제를 사용하면 환자의 회복이 늦어지거나 환자가 수술 후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프로포폴은 호흡 중단이라는 강력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펜타닐 역시 호흡 정지나 의식 불명 등의 위험이 크다. 이들 마취제에 대한 약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이 유의미한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마울라나 아자드 의대의 소니아 와다완 마취과 교수는 “흔히 마취 환자는 아무 것도 못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마취된 이후에도 청각 자극이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긴장이나 통증을 줄이는 등 유의미한 작용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음악이 뛰어난 비(非)약물적 진정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음악·의학협회(IAMM)가 발간하는 저널 《음악과 의학(Music and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