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잠에서 깬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면서 걷는 것조차 힘들다. 그 고통 정도가 일반 관절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소리치게 하는 통풍은 급성 염증 때문이다. 요산(尿酸)이 관절에 쌓이면서 시작된다. 요산은 단백질의 하나인 ‘퓨린’이 우리 몸에 에너지를 만들어주고 남은 찌꺼기.
우리 몸의 면역계는 관절에 쌓인 요산 덩어리를 나쁜 침입자로 인식해 강력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그것도 강력하게. 그래서 처음보다 그 다음 발작이 올 때 통증은 더 심하고, 지속시간도 더 길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우리나라 통풍 환자가 53만5000명을 넘어섰다. 2019년 47만7000명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히 젊은 남성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가장 많은 연령대가 40대(23%). 그 다음이 50대와 30대다. 그래서 지금은 20~40대 환자가 전체의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매년 5% 이상씩 늘어난다.
경상국립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천윤홍 교수는 16일 “통풍은 더 이상 특정 연령대나 성별의 질환이 아니다”라며 “식습관의 서구화, 과당 섭취 증가, 청량음료 소비, 이뇨제 사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등 부울경은 전국 평균보다도 높다. 부산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대사질환 동반 환자가 많아서, 울산은 제조업 중심 산업도시로 남성 비율이 높아서다. 또 경남도 농어촌 지역이 넓고 고령층 환자가 많다. 그중 부산은 전국 대도시들 중 거의 원톱 수준.
식습관 개선 어렵고, 요산저하제 불신 탓?
통풍은 요산이 관절 내에 침착되면서 발생하는 염증성관절염이다. 4단계로 진행되는데, 초기에는 무증상 고요산혈증(1단계) 상태로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는 혈중 요산 수치는 높지만, 통증이나 염증이 없어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급성 통풍(2단계), 간헐기 통풍(3단계), 만성 결절성 통풍(4단계)으로 진행되면서 통증과 관절 손상이 더욱 심해진다. 특히 수분 손실과 음주가 계속될 땐 발작 위험이 더 높아진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아플 때만 약을 복용하는 등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사실 통풍은 나쁜 식습관 때문에 생기지만, 서서히 진행하기에 몸에 배인 습관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고기류(소 돼지 닭), 특히 내장류(간 콩팥 췌장 양곱창 등)를 좋아하는 이들이 그렇다. 등푸른생선(고등어 청어 참치 등)이나 고과당 식품(콘시럽 청량음료), 술 좋아하는 이들도 대개 요산 수치가 높다. 특히 과당과 청량음료, 술(맥주 소주)은 젊은 층의 통풍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다 치료를 위해 먹는 요산저하제에 대한 불신도 한몫 한다. 부작용 때문이다. 피부 발진에 메스꺼움,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이 있다. 게다가 간 수치가 올라가면서 간염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드물지만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통풍 발작이 심해지면 요산저하제 복용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 요산 수치가 안정되고 통증이 줄어들면, “이젠 괜찮겠지”하며 약 먹는 걸 소홀히 하게 된다. 게다가 부작용으로 몸까지 불편하면 그때부턴 약 복용 자체를 피하려 한다. “통풍은 평생 약 먹어야 한다”든가, “약에 의존하면 몸이 더 나빠진다”는 오해도 작동한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한 대가는 혹독하다. 요산 수치가 다시 상승하면서 통풍 발작이 재발하고, 이번에 더 심한 증상으로 이어진다.
통풍은 ‘전신 질환의 경고등’
통풍이 단순히 관절 문제만은 아니다. 고요산혈증은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대사증후군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래서 최근엔 통풍을 ‘전신 질환의 경고등’으로 보려는 시각도 퍼지고 있다.
이에 통풍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발작 후 통증을 조절하는 ‘사후 대응적 치료’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요산 수치를 미리 관리해 합병증 발생 자체를 막는 ‘예방적·통합적 치료’가 강조된다.
이를 위해선 약도 약이지만, 식습관 개선이 절대 필요하다. 청량음료, 술, 고기, 등푸른생선은 최대한 멀리한다. 반면, 블랙커피, 저지방 유제품, 비타민C, 체리 등은 요산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체중 감량과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천 교수는 “통풍은 만성질환”이라며 “잠시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고, 관절 변형이나 신장질환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치료를 중단하는 순간,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을 넘어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