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엄마가 찍은 1분짜리 자녀 영상... AI가 14초만에 자폐 위험 평가

서울대병원 연구팀 "정확도 75%, 조기 개입 가능성 높여"

공놀이 등 아이가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을 1분 이내로 촬영하면 자폐 스팩트럼 장애 위험을 인공지능(AI)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진단 도구가 개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일상을 1분만 찍으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은 부모가 촬영한 약 1분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자폐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반복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전 세계 약 6000만명, 국내 아동의 약 2%가 겪고 있다. 조기 진단이 치료 효과와 예후를 좌우하지만, 현실에서는 진단이 평균 3.54세 이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대형병원에서도 1~2년을 대기하는 사례가 흔해 만 2세 이전 최적의 개입 시기를 놓치기 쉽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와 김영곤 융합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주도하고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를 비롯한 국내 9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후 18~48개월 아동 5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자폐 아동은 253명, 정상 발달 아동은 257명이었다.

연구팀은 부모에게 세 가지 과제를 1분 이내로 촬영하도록 했다. 이름을 부르고 반응을 보는 장면, 간단한 모방 행동, 공 주고받기 등이다. 영상은 모바일 앱을 통해 연구팀에 전송됐고, AI는 음성과 신체 17개 관절, 공의 움직임을 추적해 반응 속도, 눈맞춤 시간, 부모 개입 횟수, 상호작용 시간 등 행동 지표를 수치화해 자폐 가능성을 진단했다.

분석 결과 세 과제 모두 정확도 73~75%를 기록했으며, 세 과제를 종합한 앙상블 모델은 정확도 75%로 최고 성능을 보였다. 자폐 아동 100명 중 75명을 정확히 선별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AI가 놓친 대부분의 사례는 증상이 경미한 경계성 아동으로 나타났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왼쪽), 김영곤 융합의학과 교수, 김동영 연구원, 도례미 연구교수. 사진=서울대병원

김영곤 교수는 "부모가 집에서 찍은 짧은 영상만으로 자폐를 조기 선별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자동화 도구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붕년 교수는 "긴 대기와 높은 비용으로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현실에서 부모와 임상가가 협력해 쉽고 빠르게 자폐 아동을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검사는 전문가용 진단 도구만큼 높은 정확도는 아니지만, 집에서 간편히 촬영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어 접근성과 현실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 한 편의 영상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14초에 불과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나 대기 시간이 긴 환경에서도 조기 선별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정신건강센터 발달장애디지털치료제개발(R&D) 사업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최근 네이처 파트너 저널(npj) 《디지털 의학(Digital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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