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우리 몸의 ‘보안담당자’ 발견한 과학자들, 노벨상의 선택을 받다

면역항암제·자가면역질환 등 최신 치료법에 핵심적인 실마리 제공

노벨위원회에서 공개한 올해 생리의학상 분야 수상자의 캐리커쳐. 왼쪽부터 메리 브랑코, 프레드 램스델, 사카구치 시몬.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노벨위원회는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메리 브랑코, 프레드 램스델, 사카구치 시몬 박사를 선정했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말초 면역 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을 발견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세 수상자에게는 총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000만 원)의 상금이 균등 분배된다. 또 브랑코는 14번째 여성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들 수상자가 발견한 ‘말초 면역 관용’은 현재 최신 암 치료 트렌드인 면역항암제의 핵심 작용 원리를 설명하는 키워드이자, 장기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열쇠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어떤 개념이길래 이토록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걸까?

몸을 지키는 보안관, ‘조절 T세포’

우리 몸은 외부의 자극이나 침입으로부터 내부 장기를 보호하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면역체계는 굉장히 강력하고 철저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우리 몸의 장기를 공격할 수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다발성 경화증 등 면역체계가 스스로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이렇게 발병한다.

문제는 하루에도 수천 가지 종류의 미생물이 우리 몸 속으로 침입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들 미생물은 생긴 모습도 다를 뿐더러, 일부는 면역체계를 속이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 세포와 비슷한 특징을 갖췄다. 면역체계는 이 가운데 무엇을 공격하고 무엇을 방어할지 정확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의 의학 연구자들은 면역체계가 어떤 물체를 공격할지를 ‘중추 면역 관용’만을 활용해 판단한다고 알고 있었다. 중추 면역 관용은 외부 물질을 공격해야 할 면역세포(림프구)가 신체를 공격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가슴뼈 뒤에서 면역세포를 만드는 림프 기관인 ‘흉선’이 문제를 일으킨 림프구를 제거하거나 비활성화시키는 과정이다.

그런데 일본 교토대 출신의 면역학자 사카구치 시몬의 생각은 달랐다. 사카구치는 1995년 “면역체계는 이보다 더 복잡하게 작동한다”며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유형의 면역세포가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후에 이 새로운 면역세포에는 ‘조절 T세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새로운 면역세포, 최신 치료의 열쇠가 되다

6년 뒤인 2001년, 미국의 과학자 메리 브랑코와 프레드 램스델이 사카구치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아냈다. 오크릿지 국립연구소의 실험용 생쥐 중, 자가면역질환이 유독 자주 발생하는 개체들의 유전자를 검사했더니 ‘FOXP3’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이 유전자 변이를 고친 정상 FOXP3 유전자를 도입한 생쥐는 자가면역질환이 사라졌다.

같은 해, 브랑코와 램스델은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사람에게 나타났을 때도 치명적인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2003년 사카구치의 연구팀은 브랑코와 램스델이 확인한 FOXP3 유전자 변이가 자신이 발견한 조절 T세포의 발달을 담당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Foxp3가 조절 T세포의 ‘마스터키’로 작동했던 것이다.

이들의 발견 내용을 종합하면 유전자 변이로 조절 T세포가 없어진 생쥐나 사람의 면역체계는 스스로의 몸을 공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암, 자가면역질환, 장기이식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법 개발로 이어졌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200개 이상의 임상시험이 조절T세포 기반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조절 T세포의 이같은 작동원리는 ‘말초 면역 관용’이라는 용어로 설명되곤 한다. 몸의 중앙부에서 일어나는 ‘중추 면역 관용’이 걸러내지 못하는 면역세포의 오류를 몸의 끝(말초)에서 한 번 더 조정한다는 의미다. 말초 면역 관용은 특히 면역항암제의 최초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암세포는 면역체계를 피해 증식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종양 주변으로 조절 T세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실제 암 조직 주변에는 조절 T세포가 많이 모여있어서,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들이나 치료제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

사카구치가 조절 T세포를 발견한 이후, 의료계는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치료제를 설계했다. 조절 T세포가 암세포 주변에서 과도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막거나, 암세포 주변의 조절 T세포를 막거나, 조절 T세포가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다시 힘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암 치료의 주요 접근법인 면역항암제의 기본 원리가 됐다.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기초면역학 연구가 임상의학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시키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며 “희귀질환에서 시작한 연구가 일반 질환을 이해하는 돌파구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암과 자가면역질환의 근본 원인을 표적 치료할 수 있어 보다 정교하고 부작용이 적은 방향의 치료 가능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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