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강도 높은 항암 치료와 골수 이식이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졌다. 환자의 골수세포를 제거한 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주입해 정상적인 혈액 생성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말초혈액이나 제대혈에서도 조혈모세포를 채취할 수 있게 되면서 치료의 범위가 넓어졌다. 여기에 정밀 의학과 면역세포 치료가 결합되면서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고령 환자까지 포용하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이다.
11~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5 국제조혈모세포이식학회(ICBMT, International Congress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학술대회’에서는 세계 석학들이 모여 혈액암 치료의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 경험을 공유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조혈모세포 이식의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된 치료 전략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 살리는 강력한 치료법, ‘조혈모세포 이식’ 뉴 트렌드는?
최근 조혈모세포 이식은 단순한 ‘생존 수단’을 넘어 치료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면역세포 치료와 이식의 융합 분야는 눈부시다. 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CAR-T), 이중항체 치료제 등과의 병행 전략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서울대 의대 강형진 교수<사진>는 'Optimization of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 using Drugs and Cellular Therapies' 발표를 통해 이식 전 면역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군(群)의 생존율 향상과 재발률 감소 데이터를 공유하며 융합 치료 모델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또 다른 흐름은 반(半)일치 이식(Haploidentical Transplant)의 진화다. 공여자(donor)와 수혜자(recipient) 사이에 ‘조직 적합성’이 100%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해지고 있다. 간이식, 신장이식처럼 부모, 자녀 등 가족 간에 조직적합항원(HLA)이 절반 정도만 일치해도 이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베일러의대 레오 루즈닉(Leo Luznik)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강연(Post-Transplantation Cyclophosphamide: From Revolution to Evolution in Allogeneic HSCT)에서, 반일치 이식의 핵심 약물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P-TCy)의 발전 과정을 소개한다. 그는 이식 후 생기는 합병증(GVHD) 예방, 면역 재구성, 생존율 향상과 관련된 최신 데이터를 공유하며, 공여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임상 근거를 제시하게 된다.
초고령사회 한국, 조혈모세포 이식에 70세까지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한국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의료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독성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정밀의학적 접근이 확대되면서, 정부도 조혈모세포 이식의 건강보험 적용을 70세까지 확대한 상태다.
프랑스 소르본대 성안토안병원 모하마드 모티(Mohamad Mohty) 교수는 강연(Personalized Conditioning Strategies in Allogeneic HSCT: Balancing Disease Control and Toxicity Across Age Groups)에서 연령별 맞춤 전(前)처치 전략을 제시한다. 고령 환자에게도 이식의 문을 열 수 있는 방향성을 보여주며, 삶의 질과 회복 속도까지 고려하는 정밀의학적 접근을 강조할 예정이다. 고령 환자의 회복 속도와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에 ICBMT 2025는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혈액암 치료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줄 무대다. 특히 고령 환자, 조직 적합성이 낮은 환자,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도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발표들이 이어진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더 이상 특정 환자군만의 선택이 아닌, 더 넓은 희망의 지도가 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