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증성 장 질환이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이후 염증성 장 질환이 발생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인지 기능이 더 빠르게 악화된다고 밝혔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나 염증 상태가 뇌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는 ‘장-뇌 축’ 이론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염증성 장 질환이 치매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은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배채트 장염이 이에 속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팀은 스웨덴 국가 치매환자 등록시스템(SveDem)을 이용해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 IBD가 새롭게 진단된 환자 111명을 선별했다. 그런 다음 이들을 나이, 성별, 치매 유형, 동반 질환, 약물 복용 이력 등을 기준으로 유사한 조건을 가진 1110명의 치매 환자와 비교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대표적 도구인 MMSE(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점수를 활용해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측정하고 두 그룹 간 인지 저하 속도를 비교했다. IBD 진단을 받은 그룹의 경우, 진단 전후의 점수 변화도 살펴봤다.
IBD 진단 후 인지 기능 저하 속도 빨라져
분석 결과, IBD를 진단 받은 치매 환자들은 치매 진단만 받은 환자보다 MMSE 점수가 더 빠르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IBD 진단 이후에는 인지 저하 속도가 더 빨라졌으며, 매년 약 1점 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롤린스카 연구소 신경생물학·간호과학·사회학 홍 쉬 조교수는 “이러한 감소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며,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도나네맙(donanemab)을 복용하는 환자와 복용하지 않는 환자 간의 차이에 비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관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또한, IBD의 중증도나 개인의 세부 치료 방식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이번 결과로 치매 환자에 대한 보다 세심한 진료와 장 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IBD가 뇌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 여부가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및 간장학 분야 국제 학술지 《Gut》에 ‘Inflammatory bowel disease linked to accelerated cognitive decline in individuals with dementia: a nationwide cohort study(DOI: 10.1136/gutjnl-2025-335370)’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