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시골에서 양치기 겸 농부로 일하는 남성(36)은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와 깜짝 놀랐다. 곧 나아지겠거니 기대했지만 보름이 지나도 객혈이 사라지지 않았다. 영국 잉글랜드 레스터 근처에 사는 그는 영국국민건강보험(NHS Trust)이 운영하는 글렌필드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문진에서 이 환자는 얼마전 웅덩이에서 오염된 물을 마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검사 결과 인두 뒤쪽 벽에 핏자국(혈흔)이 있음을 발견했다. 환자는 활력징후 검사(체온·맥박·호흡·혈압 등 검사)와 기본 혈액검사 결과에선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열, 체중감소, 밤 땀흘림(야간 발한), 삼킴 곤란(연하장애), 흑색 변과 호흡기 감염 증상은 없었다.
의료진은 환자를 전신 마취하고 직접 후두경 검사를 했다. 그 결과 구강인두에 녹색빛이 감도는 검은색 이물질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했다. 의료진은 가열한 의료용 집게(메길 겸자)로 그 이물질을 끄집어냈다. 이물질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동물인 거머리(약 7~8cm 크기)였다.
환자는 이후 피가 섞인 가래를 뱉지 않았고, 다음 날 무사히 퇴원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마함 R. 시두 전공의(심장학)는 “이 환자처럼 오염된 물을 통해 거머리의 알이나 유충을 삼킨 뒤, 피가 섞인 가래를 뱉는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농촌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 강이나 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 등은 거머리에 물리거나 거머리 알·유충의 몸 안 침입을 겪을 수 있다. 국내의 진주·경주·구례 등 일부 저수지에서 예전에 못 보던 거머리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2023년)도 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대표적인 동물로는 거머리와 모기·벼룩·빈대·칠성장어·흡혈박쥐(뱀파이어박쥐)·뱀파이어핀치(흡혈새)·소등쪼기새 등 8종을 꼽을 수 있다. 이들 흡혈동물 가운데 거머리는 민물(담수)에 산다. 비교적 천천히 흐르는 물이나 강물, 벼논 등이 거머리의 주요 서식처다.
거머리의 침에는 마취제, 항응고제, 혈관확장제 등 성분이 포함돼 있다. 암수 한 몸인 거머리의 길이는 5~15cm로 다양하다. 거머리는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물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몸을 씻을 때 몸의 구멍(외부 개구부)를 통해 인체에 침입해 ‘내부 흡혈충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거머리가 코 등 몸 안으로 침입하면 호흡기·소화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목구멍 인두부에 흡혈동물의 감염이 일어나면 객혈, 목 이물감, 삼킴 곤란, 검은 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머리가 목 중심부(후두)를 침범하면 급성 응급 상황인 숨길 막힘(기도폐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가 빨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빈혈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몸 외부를 거머리에 물리면 흡혈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 뒤, 흐르는 물에 비누로 깨끗이 씻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거머리가 피를 빠는 데는 약 20~45분 걸린다. 거머리는 이후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
억지로 거머리를 떼어내려고 하면 거머리의 입이나 이빨이 피부 속에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심각한 감염이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몸이 붓거나 심한 가려움증이나 고름·발진·발열 등 증상을 보이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이 사례연구 결과(A Case of an Unusual Presentation of Hemoptysis: Oropharyngeal Leech)는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