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중환자들, 집중재활치료 대신 장애 받아들이라고요?”

[Voice of Academy 20-인터뷰] 대한재활의학회 윤준식 이사장

윤준식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은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이 ‘신 재활 난민’을 양산할 판이라며 대책을 호소했다. [사진=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60대 남성 A씨는 뇌졸중으로 한쪽 몸이 마비돼 재활의학이 필요했다. A씨는 겨우 발음하며 “완치가 안되는 데 왜 치료하냐”고 항의하더니 동네에서 전통 민간요법 치료를 받겠다며 퇴원했다. 비슷한 무렵 뇌경색으로 응급시술을 받은 비슷한 연령의 B씨 역시 반신마비였지만, 약물치료와 함께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았다.

“A씨는 몇 개월 뒤 온몸이 마비된 채 휠체어를 타고 진료실에 왔습니다. 가족은 ‘그때 왜 억지로라도 안 잡았느냐’고 원망해요. B씨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두 달 뒤 지팡이를 짚고 퇴원했어요. 이후 병원을 오가며 동네에서 수중운동을 하며 건강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지요.”

대한재활의학회 윤준식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은 “지금은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재활의학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일부 환자는 근본적 치료가 아니라고 외면하다 나중에 후회한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보건당국이 이런 일부 환자나 가족처럼 재활의학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건지, 많은 중환자들을 돌이키기 힘든 장애의 길로 떠미는 듯해서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우리나라 의료가 과거엔 치료 지상주의여서 보건당국이 재활치료의 수가에 인색했고 특정 기간 이상 입원하면 수가를 삭감한 탓에 환자가 불편한 몸으로 강제 퇴원 당해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녀야만 했다”면서 “수십 년 동안 의료계와 환자, 정부가 이 상황을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가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신(新) 재활 난민’이 생길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왜 갑자기 ‘신 재활 난민’인가?

“한때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보건당국의 입원 제한 규정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는 자신들을 ‘재활 난민’이라고 자조적으로 지칭했다. 지금은 전문의가 많이 배출되고 전문재활병원이 늘어 소아재활 같은 특별한 영역 외에는 많이 개선됐는데 갑자기 원점으로 돌아갈 처지가 됐다. 보건 당국이 대형 대학병원을 ‘4차 병원’으로 유도한다면서 ‘전문질환 A군’ 환자를 70% 이상 유지해야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침을 정하고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거기에 뇌졸중, 뇌손상, 전신사고 등의 중증 재활환자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상당수 대형 병원에서 A군에 속하지 않는 중증 장애인이 응급실에 가면 입원조차 되지 않는다. 병원으로서는 중증 장애 환자들을 가급적 빨리 내보내야 하고 이 환자들은 최고의 의료진과 시설이 있는 대학병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에 가야 한다.”

중증 재활환자들 대학병원서 치료 못받을 판

-보건당국이나 의료개혁특위 등에서 재활치료는 중급 병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의료는 치료가 우선’이라는 프레임에서 못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뇌졸중, 뇌손상, 전신사고 등의 환자는 초기 치료가 끝나면 ‘재활 급성기’에 들어선다. 이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 지에 따라 서서히 회복할 수도, 장애가 깊어질 수도 있다. 이들 환자는 집중적 재활치료와 타 과와의 협업이 필수적인데 의료진이 제한적인 작은 병원에선 치료 역시 제한적이다. 이들 환자는 적기에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면 중증 장애인이 되고 가족에게도 더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다. 중증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폐렴, 요로감염 등의 내과적 합병증이 생길 때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단순한 감염 처치 외에도 호흡재활, 삼킴 재활, 자세관리 등 전문적 재활치료가 병행돼야 할 때가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재활의학과 전문 진료가 필수다. 그러나 최근 보건당국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으로 인해, 상당수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질환 A군’ 환자 비중을 70% 이상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경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입원을 줄이고 있다. 폐렴이나 요로감염과 같은 진단명을 가진 중증 장애인은 A군에 해당하지 않아 입원이 거절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증 장애인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의료접근성 소외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뇌졸중 환자나 사지마비 환자가 퇴원해서 온갖 합병증이 생겨도 자신을 치료한 병원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윤준식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사진=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그런데 지금도 ‘재활 난민’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전에 비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료전달 체계가 급성기와 만성기 위주여서 회복기 의료를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했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회복기 환자는 급증하는데 인원과 의료인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재활 난민’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전문의와 시설이 부족한 소아재활 분야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외국은 어떤가? 우리보다 먼저 의료 시스템이 발전한 나라들에게서 참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본은 의료단계를 고도급성기, 급성기, 회복기, 생활기로 구분해서 단계별로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역포괄의료병동’을 도입, 지역 병원이 급성기 치료 후 재활을 통합관리하고 있어 고령 환자의 80% 이상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급성기 병원에 조기 재활, 외래 재활, 부분 입원 재활 등 다양한 형태의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환 케어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기관 간 연계를 통해 환자가 퇴원 후에도 지속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코디네이터가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전문요양시설, 장기요양병원, 입원재활시설 등으로 의료기관을 세분화해 환자 맞춤형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영국은 ‘중간 치료’ 단계를 중시해 급성기 치료 뒤 기능이 떨어전 환자를 집중치료해 재입원율을 줄이고 재활 성과를 높였다. 이밖에 많은 나라들이 환자의 회복치료에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중증환자 재활 전용 수가체계 미비"

-‘재활 난민’ 외에 재활치료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을 꼽는다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삶의 질이 중시되는 사회 변화에 발맞춰 전면적 회복기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활의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중증환자의 재활치료에 대한 수가 보상 체계 마련을 우선 과제로 생각한다.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환자들은 근육쇠약이나 섬망 등의 합병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조기 집중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중증환자 재활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삶의 질 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의사, 치료사, 간호사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적 치료 접근과 전문 장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증환자 재활에 대한 전용 수가 체계는 미비하며, 이 때문에 실제 치료가 제한되는 현실은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부분이다.”

-이처럼 중요한 재활의학이 방치되다시피 한 데 대해 하루빨리 전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그렇지만 대책이 나오기 전인 지금도 수많은 환자들이 회복기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환자가 급성기 재활치료가 끝나면 퇴원해야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활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외국처럼 연계해서 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환자나 가족이 알아서 병원을 정할 수밖에 없다. 재활전문병원은 홈페이지에서 복지부 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시설과 의료진을 점검하도록 한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할 때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있는지, 다른 관련 진료과 의사는 있는지,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는 병원 규모에 걸맞게 있는지 등을 검토하도록 한다. 인터넷의 관련 커뮤니티에서 평판을 조회해서 참조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댓글 1
댓글 쓰기
  • hik*** 2025-05-23 07:55:10

    옳은말씀 이십니다.모든걸 내려놓고 받아들이는것이 남은인생에 도움이될것 같습니다.고맙고 감사합니다.

    답글0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