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사 한 방 맞으면 여성 체내에서 스스로 조립돼 피임약을 방출하는 새로운 유형의 임플란트 기술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침습적 시술 없이도 약물 공급을 장기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임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네이처 화학공학(Nature Chemical Engineering)》에 발표된 미국과 스위스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현재는 여성 자궁에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통해 임신을 막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피임 기간은 길지만 침습적 시술이 필요하다. 주사 한 방을 맞으면 3개월 간 임신을 피할 수 있는 피임주사도 개발됐다. 간편하지만 피임 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과 매사추세츠공대(MIT),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취리히) 연구진은 그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피임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했다. 우선 배란을 억제하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합성한 약물을 미세 결정체로 만들어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용매에 담아 체내에 주입한다. 체내에 들어간 용매는 체액과 섞인다. 하지만 미세 결정체들은 물에 용해되지 않고 서로 뭉친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결정체들이 뭉치게 되면서 서서히 약물을 방출하는 고체 임플란트가 형성되게 된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이 접근법을 시험해 주사제의 용매를 개선했다. 쥐의 약물 방출은 최소 97일 동안 지속됐지만 연구진은 제형 조정을 가하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브리검 여성병원의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지오나비 트래버소 MIT 교수는 “약물은 다년간 투여량은 조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고체 임플란트가 형성된다는 것은 필요할 경우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인체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임상시험을 거쳐봐야 한다. 트래버소 교수는 “향후 3~5년 내에 시작될 인간 대상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성․생식보건의학회(FSRH)의 자넷 바터 회장은 “이 혁신적 방법은 피임 및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 유망한 기술의 안전성, 효능 및 접근성에 대한 추가 연구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접근법이 피임 분야를 넘어 침습적 시술 없이 약울을 장기 지속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의 의료서비스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트래버스 교수는 “이 기술은 물에 잘 용해되지 않는 약물, 특히 장기 지속형 전달이 필요한 모든 약물에 적합하다”며 “여기에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결핵, 정신분열증, 만성 통증, 대사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4286-025-00194-x)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