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기자수첩] 25년이 지나도 똑같은 실수

한겨울 추위보다 더 매서운 현실이 병원을 덮쳤다. 수술이 줄줄이 취소되고 응급실은 환자로 넘쳐난다. 의사가 사라진 진료실 앞에서 환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성인다. "이제 어떻게 하죠?" 보호자의 애타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의사가 부족합니다. 다른 병원을 알아보세요." 의료 개혁을 외친 정부, 그러나 남은 건 의료 붕괴였다.

정부는 환자들이 보다 쉽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대 정원을 늘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정책은 있었지만 대책이 없었다. 의료계는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지방과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상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의사 수만 늘린다고 의료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정부가 '개혁'을 밀어붙이자 젊은 의사들은 등을 돌렸다.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던졌고, 필수 진료과는 사실상 마비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을 폈다. 병원이 멈춘 순간 피해자는 환자가 됐다.

이 와중에 대학병원에서 밀려난 환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2차 병원과 전문병원들은 특수를 누리는 모양새다. 수도권 한 대형 전문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병원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고 털어놨다.

환자는 선택권조차 빼앗겼다. "큰 병원에 가라 해서 갔더니 의사가 없다고 했고, 다른 병원에 가보라 해서 갔더니 또 다른 병원으로 가라더라"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절망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정부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의대 정원을 기존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요구에 공감을 표했고 여당과 대통령실도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너무 늦었다."

1년 넘게 지속된 갈등 속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불신은 깊어졌다. 병원을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올지는 불투명하다. 한 전공의는 "이제 와서 백지수표를 내민다고 해도 돌아가긴 어렵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25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1999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정부는 "환자를 위한 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결과는 대형 약국 독점과 동네 병·의원의 양극화였다. 그리고 지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의사 파업이 아니다. 병원이 멈추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됐고 환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대학병원 교수들과 남은 의료진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환자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보호자들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병원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정부도, 의료계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실험 대상은 환자가 아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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