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로 문연 글로벌 신약 시장, 난치병 틈새 노린다

연초 기업간 거래 활발...특발성 폐섬유증 등 집중 투자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차세대 신약 개발 경쟁에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발굴이 화두로 떠올랐다. 치료제 진입이 더딘 난치성 중증질환 분야에 효과와 효율을 높인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는 투자 부담이 큰 자체 개발보다 인수합병(M&A)과 기술거래를 통한 전문개발사와의 협업 비중을 늘리는 모양새다.

지난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올해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기간에는 주요 바이오텍들의 M&A와 기술거래 소식이 잇달아 나왔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반독점 규제가 완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거래 규모 1조원이 넘는 '메가딜' 가능성도 높게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연초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존슨앤드존슨(J&J)은 정신병 전문 개발사 인트라셀룰러 테라피스를 146억 달러(한화 약 21조1900억원)에 인수하면서, 조현병 및 양극성장애 치료제 '카플리타'를 확보했다. 이 약물의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8100만 달러(약 1170억원) 수준으로, 현재 우울증 치료제 적응증 확대를 앞둔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 소재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도 전문개발사 메디아 테라퓨틱스와의 거래를 통해 특발성 폐섬유증 'MTX-463' 파이프라인을 도입했다. 이 약물은 최근 임상 1상이 완료됐으며, 2상 평가는 오는 1분기에 시작할 예정이다. 릴리는 해당 임상이 완료된 이후 추가 개발 및 제품 상용화를 맡는다.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 시장에는 국내 바이오텍도 참전했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임상 2상이 오는 4월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물질은 리가캠바이오로부터 도입한 파이프라인으로, 향후 기술이전 시 양사가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올해 2분기 경구용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 개발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또한 MSD 역시 중국 한소제약을 통해 경구용 비만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며 경쟁을 예고했다.

이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약 '위고비', '젭바운드' 등이 비만약 시장 규모를 확대한 가운데, 이들 주사제보다 편의성이 높은 먹는 약 개발을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선발주자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도 이미 경구용 GLP-1 개발을 진행 중이며, 릴리는 올해 2분기 경구용 젭바운드의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더불어 차세대 항암제로 평가되는 항체약물접합체(ADC)에 대한 기술거래도 여전히 활발한 분위기다. ADC는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치료 효과와 효율을 극대화한 옵션으로 꼽힌다.

여기엔 국내 비상장 기업인 에임드바이오가 지난 14일 항암제 후보물질 'AMB302'를 바이오헤이븐에 기술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따라 바이오헤이븐은 해당 후보물질의 전 세계 개발 및 상업화에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됐으며, 미국 시장서 임상 1상을 진행한다. 에임드바이오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기업으로 작년 시리즈B 단계에서 400억원을 유치하며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생산시설을 작년 12월 완공했으며, 위탁생산개발(CDMO) 서비스도 올해 1분기 내 시작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20일 '글로벌 바이오텍' 보고서를 통해 "빅파마는 여전히 ADC, 경구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더욱이 이러한 시장에서 의약품의 효능 및 편의성, 처방 적응증 확장 측면을 고려한 모달리티 발굴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JPM 컨퍼런스 기간에는 기업간 인수합병과 기술거래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중추신경계질환 분야 바이오젠과 세이지, J&J와 인트라셀룰러 테라피스, 항암제 분야 애브비와 심시어, GSK와 IDRx, 릴리와 스콜피온 테라퓨틱스, 염증성질환에 길리어드와 레오파마가 계약을 체결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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