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근시 26억명…“어린이엔, '다초점' 콘택트렌즈가 좋다?”

“다초점 콘택트렌즈, 근시 교정 외에 근시 진행 속도와 눈 성장 속도까지 늦춰”…단초점 안경·렌즈보다 고도근시 예방 효과 훨씬 더 좋아”

근시 어린이는 안경(단초점 렌즈)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초점'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면 근시 자체를 교정함은 물론, 근시 진행속도와 눈 성장 속도를 모두 늦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아청소년기에는 눈 성장속도가 빠르다. 안구 길이가 앞뒤로 길어져, 고도근시가 될 위험이 높다. '다초점' 콘택트 렌즈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근시 어린이가 가급적 일찍 다초점 콘택트렌즈를 끼고 지내면, 근시 자체를 교정함은 물론 근시 진행 속도와 ‘눈의 성장 속도’까지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휴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근시 어린이 200여 명을 대상으로 5년 이상 임상시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고도근시용 다초점 콘택트렌즈(소프트) 치료를 중단한 지 1년 후 근시 진행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치료 효과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성장기에는 눈의 성장속도, 즉 안구 길이(안축장)가 앞뒤로 길어지는 속도 역시 빨라져 고도근시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팽팽히 당겨져 더 얇아지고 망막 박리, 녹내장 등 시력을 위협하는 안과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근시의 진행 속도와 눈의 성장속도를 늦추면 고도 근시를 매우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인구 81억여 명 가운데 근시 인구는 약 26억명으로 추정되며, 2050년에는 50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의 제1저자인 데이비드 번슨 교수(안과)는 "근시 어린이가 일찍 다초점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근시 진행 속도와 눈의 성장 속도를 함께 늦출 수 있다. 특히 치료 후 렌즈를 벗더라도 근시 치료 효과가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성장기엔 안구가 앞뒤로 길어져 고도근시 위험 부쩍 높아져…다초점이 이를 막아줘”

근시를 조절하는 콘택트렌즈의 착용을 중단하면 안구 길이가 정상보다 더 빨리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장기간의 연구 결과, 나이가 더 많은 청소년이 렌즈 착용을 중단하더라도 눈의 성장이 정상 연령에 맞는 성장률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발생한다. 물체의 이미지가 눈 뒤쪽에 있는 망막에 직접 초점을 맞추지 않고 망막 앞쪽의 한 지점에 초점을 맞춘다. 근시 환자는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단초점 안경과 단초점 콘택트 렌즈를 착용해도 근시의 교정에 도움이 되지만, 눈의 성장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 이에 비해 다초점 콘택트 렌즈(소프트)를 착용하면 근시 시력도 교정하고, 근시 진행 속도와 눈의 성장 속도를 모두 늦출 수 있다. 다초점 콘택트 렌즈는 과녁처럼 설계돼 효과적으로 빛을 집중시킨다.

연구팀은 '근시 아동의 이중 초점 렌즈(BLINK) 연구'에 참가한 7~11세 근시 아동 294명에게 고도근시용이나 중도근시용 단초점 렌즈·다초점 렌즈를 착용하도록 무작위 배정했다. 참가자는 3년 동안 하루에 가능한 한 자주 렌즈를 착용했고 대학병원 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았다. 참가자 중 고도근시용 다초점 렌즈 그룹에 속한 근시 아동은 단초점 렌즈 그룹에 속한 근시 아동에 비해 근시 진행 속도와 눈(안구 길이)의 성장 속도가 훨씬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로핀 점안액·각막교정렌즈, 치료효과 있지만…치료 중단하면 눈 성장속도 빨라져

추가 연구(BLINK2)에는 당초 연구 참가자의 약 83%(248명)가 2년 동안 계속 참가했다. 이들 참가자는 고도근시용 다초점 렌즈를 착용했고, 3년 째에는 단초점 렌즈를 착용했다. 그 결과 다초점 렌즈 착용을 중단한 뒤, 모든 연령대에서 눈의 성장 속도가 0.03mm/년으로 약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눈의 평균 성장속도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고도근시용 다초점 콘택트 렌즈를 일찍 착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들 어린이를 계속 추적 관찰한 결과, 치료 후에는 렌즈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그 효과가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아트로핀 점안액이나 최첨단 각막교정렌즈 등 근시 치료법도 효과가 있었지만, 치료를 중단한 뒤에는 눈의 성장 속도가 정상보다 더 빨라지는 '반동효과'를 보였다. 이 연구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오하이오주립대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Axial Growth and Myopia Progression After Discontinuing Soft Multifocal Contact Lens Wear)는 ≪미국의사협회 안과학 저널(JAMA Ophthalmology)≫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