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란 끊임없이 배우는 길… APOA, 韓 의료한계 성장시킬 것”

[APOA 수부상지학회] 한수홍 수부 학술위원장 인터뷰

손목수술 중인 APOA 수부상지학회 한수홍 수부 학술위원장(분당차병원 정형외과) [사진=분당차병원]
‘삶에는 끝이 있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다.(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한수홍 교수는 국내 정형외과 특히 미세수술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한 교수의 관심이 머무는 곳은 현재의 명성이 아닌 미래의 ‘배움’이다. 의사란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신념을 이정표 삼은 덕분일까. 한 교수는 배움을 찾아 새로운 길을 오르는 데는 언제나 주저함이 없다. 

오는 6월 30일~7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학회 수부·상지분과 창립총회·국제 학술대회(APOA HULS  2023)’의 준비와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수부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이번 학술대회가 또 다른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최선의 치료 위해… 지식과 기술만큼 ‘교류’도 중요”

한 교수는 손(수부·手部)을 중심으로 어깨 밑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발생하는 각종 통증과 질환, 손상 사고를 치료하는 한편 살을 덧붙이고 혈관과 신경, 근육, 힘줄 등을 이어 살리는 정형외과 미세수술로 의사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실력자다. 

손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대표적 기관이다. 양 손을 이루고 있는 뼈의 개수는 무려 54개다. 사람의 뼈의 총 개수는 206개인 것을 감안할 때 무려 25%의 비율이다. 환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고통을 감지하는 기관 중 하나이자 치료와 진단이 어렵고 까다로운 부위다.

전공의 시절 한 교수를 수부 분야로 이끈 것은 훌륭한 스승들의 가르침이었다. 수부 질환 치료가 의사에게 주는 ‘선명한 희열’을 엿본 것이다. 특히 미세수술 영역은 그야말로 ‘한 끗’이 천당과 지옥을 가른다.

“동료들 사이에서 미세수술 영역은 ‘All or Nothig’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피부나 손상된 조직을 간단히 이어주는 게 아니고 눈에 잘 안 보이는 실로 무수한 미세혈관과 신경들을 연결해주고 주위 근육을 봉합하고 뼈를 고정하는 등 하나하나 제대로 접합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손상된 연부 조직의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수술 부위가 썩어버리고 조직이 모두 죽어 버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특히 미세수술 분야에서는 ‘일부의 회복’을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완전한 성공 아니면 완전한 실패만이 존재하죠. 때문에 미세수술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머리뿐만 아니라 손의 실력과 기술을 모두 겸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가장 큰 매력이지만, 한편으론 굉장한 스트레스기도 하죠.”

APOA 수부상지학회 한수홍 수부 학술위원장(분당차병원 정형외과) [사진=황태원 PD]
지식과 기술의 ‘정교한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수부 질환 미세수술 전문의에게 다양한 임상 경험은 가장 값진 자산 중 하나다. 같은 증상에 대해서도 환자에 따라 치료법은 매우 달라질 수 있으며, 적절한 기능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정형외과에서 환자의 상황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완치의 의미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치료엔 절대적으로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각 환자의 사례와 증례 하나하나가 치료의 또 다른 정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동료 의사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려는 열린 자세가 모두의 성장을 돕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중진 연구자이자 대학 교수인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도 가르치면서도 ‘배우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병원에서 교수라는 직함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와 제자들에게 잘 가르치는 겁니다. 반대로 교수나 선배 중진 연구자가 잘 몰랐던 부분들은 후배와 제자들에게서도 배워야 합니다. (후배들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서로가 함께 교류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세대 차이 같은 것을 두지 말고 서로 허물 없이, 또 격의 없이 거리나 장벽을 만들지 말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서로 얘기하는 자리를 자꾸 만들어야 합니다. 담은 줄이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소모임이나 작은 심포지엄도 자꾸 만들고 주도하는 일을 제 역할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POA 수부상지학회, 아태 신진 의학자 ‘교류 허브’로

‘교류’에 방점을 찍은 연구자답게 한 교수는 그동안 다양한 학회에서 활발한 대외활동과 교류를 이어왔다. 대한골절학회와 대한말초신경수술학회에서 회장을 맡았으며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수부외과학회, 대한미세수술학회, 대한노년근골격의학회 등에서 이사와 학술·편집위원회 활동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 수부상지학회'(APOA HULS)에서도 수부 학술위원장으로 학회 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아태 지역 내 최대 규모의 정형외과 의학회 중 한 곳인 APOA는 한 교수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2007년 APOA의 국제 학술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주관했을 당시 제가 수부 분과 간사를 맡았습니다. 최근엔 국내 정형외과계를 중심으로 APOA 내에 수부·상지(팔꿈치부터 어깨까지의 윗팔 부위) 분야를 다루는 분과가 출범했습니다. 이때 초대 회장인 서울아산병원 전인호 교수께서 제게 수부 분야 쪽 도움을 요청하시는 연락을 주셨더라구요.

국제적으로 상당히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수부학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 국내외 네트워크 등으로 기여할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진료 중인 APOA 수부상지학회 한수홍 수부 학술위원장(분당차병원 정형외과) [사진=분당차병원]
이달 말에 열리는 APOA HULS 2023에는 호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태 지역 15개국에서 500여 명의 수부·상지(손과 어깨·팔꿈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다양한 의료 환경과 환자들의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고 한 교수는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선진 의료 기술을 배우는 것만큼 다양한 환경의 의료 기술을 교류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소규모 국가, 의료 시스템이 우리보다 낙후한 국가라고 해서 그곳의 의료진의 실력이 결코 부족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특정한 환경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질환과 사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환자를 직접 경험한 의료진을 만나 공유하는 것과 동시에 더 발달한 기구와 기술을 쓰고 있는 의료 환경과의 치료 결과 비교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의학적으로 가치가 큽니다. 이를 통해 우리 의료계에도 과거를 훑고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 보는 자리를 가질 것으로도 기대합니다.”

한 교수는 향후 APOA 수부상지학회를 통해 국내와 아·태 지역의 수부·상지 분야의 신진 정형외과 의학자들이 활발히 교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회 차원에서 젊은 연구진들의 국제적 교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진을 국외로 보내는 것은 물론 해외 여러 신진 연구자들도 국내로 초빙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학회가 시작하는 단계라 이번 창립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더욱 구체화해 갈 것입니다. 일회성으로 큰 행사를 치르고 끝내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많은 동료와 선·후배 의사들이 에너지를 쓰고 힘을 모은 만큼 이를 토대로 더 발전된 학회가 될 것입니다. 저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학회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교류를 통해) APOA 수부상지학회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태 지역의 수부·상지 분야 정형외과 의사들이 의욕을 갖고 열심히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 다독이고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학술모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관련기사=APOA 수부상지학회, ‘K-메디 시대’ 마중물 역할…국제연대 끌어낼 것(https://kormedi.com/1586834/apoahuls1/)]

APOA 수부상지학회 한수홍 수부 학술위원장(분당차병원 정형외과) [사진=황태원 PD]
    최지현 기자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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