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각질’로 어린이 아토피 예측?… 최대 54배 차이

생후 2개월부터 '간편 예측' 가능

어린이 아토피 발병 가능성을 생후 2개월 신생아때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을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함께 고안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 아토피 발병 가능성을 생후 2개월 신생아때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함께 고안했다. 의료용 테이프로 아래팔 안쪽(전완부) 등에서 피부 각질만 채취하는 간편한 방식이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김지현 교수팀이 미국 국립유대인병원(National Jewish Health) 도널드 륭·예브게니 베르디세프 교수팀과 함께 최근 발표한 ‘아토피 피부염 조기 예측 모델’이다.

연구팀은 피부에 이상이 없는 생후 2개월 영아 111명의 피부 각질의 △지질 성분과 △면역 분비 물질(사이토카인) 수치를 분석하고 △가족력과 종합해 만 2세(24개월)까지 아토피 피부염 발병 가능성을 추적 관찰했다. 피부 각질은 의료용 테이프로 전완부(아래팔 안쪽) 등에서 채취했다. 이는 보통 채혈하는 위치인 팔꿈치 반대편 부근으로 병변이 잘 생기지 않는 피부 부위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유전+연약한 피부+이상면역=2~54배… 유전 없어도 4~30배↑

구체적으로 △피부를 구성하는 지질 성분에선 ▲불포화 스핑고미엘린(SM, 스핑고지질)과 ▲단백질 결합 세라마이드(Protein-bound CER, 세라마이드)를, △면역 분비 물질에선 ▲인터루킨-13(IL-13)과 ▲TSLP(흉선 기질상 림포포이에틴·Thymic stromal lymphopoietin)을 분석했다.

△가족력이 있거나 △면역 분비 물질 수치(인터루킨-13, TSLP 모두↑)가 높고 △피부 기능(스핑고지질↑, 세라마이드↓)이 연약할수록 아토피 발병 가능성이 높았다.

가족력만 있을 경우 2.3배 높았으며, 가족력이 있으면서 인터루킨-13과 스핑고지질 수치는 높고 세라마이드 수치가 낮았을 땐 최대 54배까지 상승했다.

가족력이 없더라도 면역 분비 물질이 높을 땐 4.1배(TSLP)~7.7배(인터루킨-13)까지 올라갔고, 피부에 지질 성분(스핑고지질↑, 세라마이드↓)까지 적으면 29.6배나 높아졌다.

이번 방법은 채혈 없이도 아토피 발병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에 향후 조기 치료·관리까지 이어진다면 환자의 고통과 의료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현 교수는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 단계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보습제를 사용하고 환경 관리를 하는 등의 예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발병 예측 시기에) 조금이라도 피부 상태에 변화가 생긴다면 전문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아토피의 진행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고안한 피부 각질(SC)을 활용한 아토피 조기 예측 모델 개념도. 오른쪽  하단 지표별 아토피 발병률 증가 정도에서 ▲FHx는 가족력 ▲IL-13과 TSLP는 면역분비물질(모두 높을수록 악영향) ▲SM은 피부 구성 지질 성분 중 불포화 스핑고미엘린(스핑고지질, 높을수록 악영향) ▲Protein-bound CER은 단백질 결합 세라마이드(낮을수록 악영향)을 의미한다. (왼쪽 위 손바닥에 점으로 표시된 각질 채취 지점은 표시 오류로 수정 예정) [자료=《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Stratum Corneum Lipid and Cytokine Biomarkers at Two Months of Age Predict the Future Onset of Atopic Dermatitis’.]

◆아토피 조기 예측, 어떤 원리일까?

이들 요소를 생체지표(바이오마커)로 활용한 것은 아토피 피부염이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이 큰 자가면역질환이란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우선, 피부의 각질층을 구성하는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 수치가 높을 때 피부가 연약하지 않고 기능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피부 장벽을 형성해 수분을 지켜주고 외부 병균과 이물질(알레르기 항원) 침입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라마이드는 스핑고지질(스핑고미엘린)이 분해효소를 만나 분해돼 만들어진다. 즉, 피부 각질 내 스핑고지질 성분이 적을수록 세라마이드가 잘 형성한 것이다. 실제 아토피 환자의 피부세포는 세라마이드 합성 능력이 떨어지기에 스핑고지질 성분이 많은 반면 세라마이드는 적다.

인터루킨-13과 TSLP는 인체 면역세포가 면역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사이토카인)의 종류다. TSLP는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T세포를 만들어내도록 면역체계를 자극한다. 인터루킨 종류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 대표적인 아토피 치료제인 ‘듀피젠트’다.

인체 면역계에서 이들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하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염증을 지속돼 피부 장벽 기능에 이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편,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후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연구는 지난달 말 미국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에서 소개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논문은 ‘알레르기·임상면역학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IF=14.29) 최신호에 게재됐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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