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학자가 거미와의 ‘동거’를 권한 까닭

“집에 있는 거미를 죽이지 말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곤충학자의 조언이다. ‘거미와의 동거’를 권한 칼럼을 기고한 이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곤충학과의 맷 버톤 연구교수.

그는 사람들이 자기 주거 공간이 외부와 차단된 안전한 곳이라고 여기지만, 집안에는 이미 여러 종의 거미가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실내 생활을 만끽하며 번식을 이어간다는 것.

버톤 교수에 따르면 거미는 대체로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비밀스럽게 살아간다. 집안에서 마주치더라도 인간을 공격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지도 않다. 집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은 꼬마거미(cobweb spider)와 유령거미(Pholcidae spider) 등이다. 둘 다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타입이지만 유령거미는 가끔 거미줄을 떠나 다른 거미를 사냥하기도 한다.

거미는 포식자다. 거미줄에 걸린 무엇이든 먹어치우지만, 기특한 건 모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는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는 피를 빨아 통통해진 모기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거미도 있다. 버톤 교수는 “따라서 거미를 죽이는 건 단순히 집에 사는 절지동물을 없앤 게 아니라 해충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제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거미를 무서워한다. 징그러운 여러 개의 다리와 독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버톤 교수에 따르면 거미가 품은 독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엔 너무 미약하다. 게다가 거미는 보통 사람을 보면 숨는다. 거미가 보기엔 사람은 자기를 죽일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부 거미와 은둔 거미 정도가 독성이 강하지만 주변에 흔치 종인 데다, 어지간해선 사람을 물지 않으며, 물려도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버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도저히 거미와 동거를 견딜 수 없다면 때려잡는 대신 집 바깥에 풀어주라”고 제안했다. 거미는 다른 살 곳을 찾아서 떠날 것이고 생태학적으로 거미와 인간이 상생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버톤 교수는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다면 거미와 함께 사는 게 좋다. 사실 그게 정상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거미는 이미 당신과 함께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로 칼럼을 맺었다.

[사진=dodofoto NS/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youngchaey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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