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게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 나날이 생활의 편이는 높아지고 있는데 왜 이처럼 사람들은 불행해지기만 할까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한 지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질은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기대수명, 교육, 1인당 국민총소득을 지수화한 값으로 삶의 질을 평가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객관화한 지수를 떠나 우리의 주관적인 삶은 행복치가 않습니다.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은 없을까요?
일단 ‘행복’에 대한 흔한 오해부터 풀고 갑시다~
행복한 감정은 끊이지 않고 지속돼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처지면 행복감을 느끼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감정이란 원래 ‘일시적’인 성질이 있어요. 짜증이나 분노의 감정이 지속되지 않듯, 행복도 연속성을 갖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계속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좀 더 자주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좋은 이유입니다.
또 다른 오해는 ‘행복’과 ‘쾌락’을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군것질을 잔뜩 쌓아놓고 계속해서 먹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쾌락’ 상태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이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포만감이 들기 시작하면 죄책감이 생겨 오히려 우울한 기분에 빠지게 되죠.
쾌락을 추구하는 인생 설계는 행복감과 거리가 멀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쾌락을 통한 행복’과 ‘숭고한 행복’의 차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숭고한 행복을 느낄 땐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낮고, 항바이러스와 항체 관련 유전자 발현이 높습니다. 반면 쾌락적인 행복을 느낄 땐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죠.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를 알아볼까요? 행복대신 불행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나날이 벌어지는 빈부격차,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있습니다.
물질은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성질이 있어 사람을 괴롭힙니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라카인은 절대 빈곤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반면 우리는 마실 물도 없는 아프리카인보단 풍요롭지만 상대적 빈곤으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절대 빈곤은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지만, 상대적 빈곤은 마음먹기 나름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차이는 있죠.
그렇다고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선뜻 말하기 어려운 이유, 제일 마지막에 말씀 드릴게요~
그래도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나의 행복이 곧 주변 사람들의 행복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행복 바이러스’라는 표현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행복은 전염되는 성질이 있어요. 하버드대학교가 남녀 188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행복은 감기처럼 전염된다는 점이 발견됐죠.
난 불행하지만 내 자식만은, 나는 괴롭지만 부모님만은 행복하셨으면…이런 마음대신 내 마음이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불행은 어떨까요? 불행도 전염되는 성질이 있을까요?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불행은 행복보다 전염력이 약하지만 한번 전염되면 지속력이 강하다고 합니다. 자꾸 부정적인 감정으로 함몰돼선 안 되는 이유겠죠?
결국 행복은 ‘돈 + 알파’ 입니다.
일단 경제적으로 절대 빈곤선을 넘어야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요건이 갖춰집니다.금전적 조건 외엔 건강, 가족관계, 친구관계, 직업 등이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에 영향을 미칩니다.
‘삶의 질에 대한 응용 연구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행복감을 높이려면 국민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 추가적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여러 기반 시설과 능력을 갖춰야 하죠.
돈이 없어도 마음먹기 나름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얘기는 선비 같은 얘기입니다. 절대 빈곤선 이하의 사람들에겐 잔인한 말이죠.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사회는 아름답지만, 재력이 재력을 부르는 시대로 넘어가면 노력조차 무력해집니다. 적어도 노력한 대가는 얻을 수 있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합당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