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개발 경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중작용제와 경구용 치료제,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차별화된 기술을 앞세워 시장 진입과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243억9700만 달러(약 32조7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매출은 53억5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고,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는 107억2300만 달러로 65% 증가했다. 두 제품의 합산 매출은 약 161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66%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세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앞서고 한국 뒤쫓고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중국이 임상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한국이 이를 뒤쫓는 모양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일 아시아태평양 바이오제약 전문매체인 ‘바이오파마 APAC’자료를 인용해 “아시아 태평양 기업의 비만치료제 개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이 압도적이고 한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이 최초 발굴한 비만·체중관리 치료제 중 임상 단계 이상에 진입한 물질은 30개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1개로 가장 많았고 한국 6개, 일본 2개, 인도 1개 순이었다.
30개 중 3개는 이미 품목허가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의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지난달 품목허가를 받고 출시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사이윈드(Sciwind)의 ‘에크노글루타이드(ecnoglutide)’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4월에는 일본 쥬가이제약(Chugai)이 발굴하고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글로벌 개발을 맡은 경구용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 확보 경쟁도 활발하다. 아시아태평양 기업들이 개발한 비만치료제 30개 중 13개가 글로벌 기업 등에 기술이전됐고, 공개된 선급금만 약 10억4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속도 내는 국내 제약사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출시한 에페에 이어 후속 후보물질인 잔트루타이드(HM15275)가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잔트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로 체중 감량과 함께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임상 2상 종료를 예상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로슈 자회사 제넨텍과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에 대해 최대 23억 달러 규모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HM17321은 기존 GLP-1이나 GIP 같은 인크레틴 계열과 다른 유로코르틴-2(UCN2) 유사체로 체중 감량과 근육량 보존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신약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UCN2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펩타이드 물질로 근육 기능과 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여한다.
동아에스티는 관계사 메타비아를 통해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 DA-1726을 개발 중이다. 이 후보물질은 식욕을 억제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도록 설계됐다. 현재 미국 임상 1상이 진행 중이고 4분기에는 톱라인(주요 결과)을 발표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유한양행의 관계사인 프로젠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로젠의 PG-102는 GLP-1과 GLP-2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GLP-1이 혈당과 식욕을 조절한다면, GLP-2는 장 점막의 성장과 기능 개선, 영양분 흡수 등을 돕는다. 프로젠은 두 호르몬의 작용을 결합해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은 물론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체성분 개선 효과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재 프로젠은 PG-102의 임상 2a상을 마치고 후속 임상 2b상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경구용 희귀비만증 치료제 비바멜라곤(LB54640)을 개발했다. 이 후보물질은 식욕과 에너지 균형 조절에 관여하는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MC4R)에 작용한다. 뇌의 시상하부 손상 등으로 발생하는 후천성 시상하부비만증 환자가 대상이다. LG화학은 2024년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글로벌 개발 권리를 기술이전했다. 리듬파마슈티컬스는 임상 2상을 거쳐 올해 안에 임상 3상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