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0일 (금)

“가짜니까 괜찮다고요?”… 딥페이크가 남기는 ‘진짜 트라우마’

[AI 건강 안전벨트] 정신건강학으로 본 딥페이크 피해
정찬승 전문의 "영상은 가짜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진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내 얼굴이 등장하는 성착취 영상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어떨까. 그런데 실제로 촬영한 적도 없는, 인공지능(AI)으로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라면 말이다. 피해자 누구보다 거짓 영상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이들은 왜 명백한 거짓 앞에서도 고통 받고 무너질까.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마음드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딥페이크가 유발하는 고통과 피해 확산 예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내 얼굴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통제권 상실’의 충격

정찬승 원장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딥페이크 범죄와 관련 “피해자는 자신의 신체와 정체성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기는 듯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며 “영상은 가짜이지만 피해자가 받는 상처는 진짜”라고 강조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은 심리적 외상, 이른바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정 원장은 그 핵심에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게 되는 ‘통제권의 상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얼굴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사용된 것을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피해자는 얼굴과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는 충격을 받는다. 문제는 영상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 원장은 “자기 얼굴이 사용됐다는 것 자체가 정체감을 도둑맞은 것”이라고 “어느새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혼란스러워지면서 ‘가족이 보면 어떡하지’, ’지인들이 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는 점점 외출을 꺼리게 되고,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몇 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며 “고통과 수치심을 짊어져야 할 이는 피해자가 아니라, 비열한 폭력을 자행한 가해자다”라고 덧붙였다.   

법과 기술만으로 막을 수 있을까?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상의 제작과 유포를 차단하는 기술적 대책과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수다. 하지만 정 원장은 이러한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법과 제도의 대응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법률로 범죄를 막으려 해도 대응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원장이 꼽은 근본적인 대책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다. 그는 “사회가 폭력에 더욱 민감해지고,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문화를 퍼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기심이 피해를 키운다…피해 확산 막는 3가지 원칙

나날이 교묘해지는 딥페이크 성범죄. 다행히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정 원장이 강조한 행동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보지 않는다. 둘째, 저장하지 않는다. 셋째, 공유하지 않는다.

딥페이크 성적 허위영상물(성착취물)을 호기심에 보고 저장하고 전달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고통을 키울 뿐 아니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에 따르면 허위영상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편집·합성·가공하거나 유포한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정 원장은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으면 그런 영상물이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3가지 원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찬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