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세 여성이 아홉 번이나 임신했지만 한 번도 아이를 출산하지 못했다. 여섯 번은 임신 초기에 유산했고, 세 번은 태아에게 심각한 이상이 생겨 임신을 중단했다. 부부 모두 특별한 건강 문제가 없었지만, 염색체 검사에서 뜻밖의 단서가 나왔다.
중국 간쑤성 모자보건병원 산전진단센터의 거팅팅 등 연구진은 이 사례를 21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제네틱스(Frontiers in Genetics)》에 발표했다.
6번 유산, 3번은 태아 이상⋯반복된 임신 실패
여성은 아홉 차례 모두 자연임신했다. 첫 네 번의 임신에서는 10주가 되기 전에 태아의 발달이 멈춰 유산했다.

2021년 다섯 번째 임신에서는 12주 초음파검사에서 심각한 태아 기형이 드러났다. 뇌 앞부분이 정상적으로 좌우로 나뉘지 않는 '전전뇌증'과 목 부위에 림프액이 고여 물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낭성 림프관종'이 발견됐다. 태아의 몸 전체도 부어 있었다. 여성은 결국 임신을 중단했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임신도 10주 전에 유산으로 끝났다.
2023년 여덟 번째 임신에서는 태아의 목에 물혹이 생기고 심장 구조에도 이상이 나타났다. 임신 15주에는 가슴 안에 물이 차는 흉수까지 확인됐다.
의료진이 태아의 염색체를 검사하자 3번 염색체 일부는 정상보다 많았고, 13번 염색체 일부는 사라져 있었다.
이어서 부모의 염색체를 검사했다. 남편에게서는 이상을 찾지 못했지만, 여성은 3번과 13번 염색체의 일부가 서로 자리를 바꾼 상태였다.
2024년 아홉 번째 임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임신 12주에 태아의 뇌 발달 이상과 목 부위의 물혹, 전신 부종이 발견됐다. 임신을 중단한 뒤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여덟 번째 태아와 유사한 염색체 이상이 나타났다.
엄마는 건강했는데⋯태아에게 문제가 생긴 이유
여성에게서 발견된 염색체 변화는 '균형 전좌'다.
사람은 보통 23쌍,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균형 전좌는 서로 다른 염색체의 일부가 자리를 바꿨지만, 유전물질의 전체 양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사람은 별다른 증상 없이 건강하게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난자가 만들어질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염색체가 나뉘는 과정에서 일부 유전물질이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한 난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난자가 수정되면 태아의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마지막 두 임신에서 태아는 3번 염색체 일부가 중복되고 13번 염색체 일부는 사라진 상태였다.
특히 사라진 13번 염색체 구간에는 태아의 초기 뇌 발달에 중요한 'ZIC2' 유전자가 포함돼 있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이 부족하면 뇌 앞부분이 정상적으로 나뉘지 않는 전전뇌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염색체 이상이 태아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난 심각한 발달 문제를 설명한다고 봤다. 다만 앞선 여섯 차례 자연유산에서는 태아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유산이 같은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복 유산한다면 염색체 검사도 고려해야
유산이 반복된다고 모두 염색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산의 원인은 다양하다. 다만 여러 차례 유산하거나 태아에게 심각한 기형이 발견됐다면 유전적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 가운데 균형 전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유전상담을 통해 다음 임신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로 얻은 배아의 염색체 구조를 자궁에 착상시키기 전에 검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검사와 시술이 유산을 반드시 막거나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반복 유산의 원인을 일찍 찾아 유전상담을 받는 것이 부부가 다음 임신의 위험을 이해하고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