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가슴에 난 혹, 면역질환인 줄 알았더니”⋯갈비뼈까지 파고든 기생충

중국 66세 여성, 면역질환 의심해 치료했지만 악화⋯유전자 검사로 원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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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포충증을 일으키는 기생충 다방조충의 성충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오른쪽 끝부분에 검게 염색된 알들이 모여 있다. 사람 몸속에서는 유충이 만든 병변이 암처럼 주변 조직으로 퍼질 수 있다. 사진=미국 CDC/Dr. Healy

가슴에 난 혹이 점점 커졌다. 의료진은 면역질환을 의심해 약을 처방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어 갈비뼈와 가슴뼈까지 침범했다. 뒤늦게 밝혀진 원인은 뜻밖에도 기생충이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가기생충병연구소의 왕쉬 등 공동 연구진은 면역질환으로 의심했던 가슴의 혹에서 기생충 감염을 확인한 희귀 사례를 20일 국제학술지 《BMC 감염병(BMC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했다.

환자는 중국 허난성에 사는 66세 여성이었다. 오른쪽 가슴 앞쪽에 아픈 혹이 생기더니 점점 확대됐다. 혈액검사에서는 면역글로불린 G4(IgG4)라는 항체 수치가 높았고, 조직에서도 이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가 많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면역반응의 이상으로 여러 장기에 염증이 생기는 'IgG4 관련 질환'을 의심했다. 이에 염증과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제 프레드니손을 처방했다.

그렇지만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혹은 계속 커졌고 통증도 심해졌다. 결국 가슴 중앙의 뼈인 흉골과 갈비뼈까지 들어갔다.

의료진은 혹에서 고름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방조충이라는 기생충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면역질환으로 의심했던 혹의 실제 원인은 기생충 감염이었다.

다방조충은 개나 여우 등 육식동물의 장에 사는 촌충의 일종이다. 사람은 기생충 알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몸속에 들어온 유충은 주로 간에서 자라며 '다방포충증'이라는 질환을 일으킨다.

다방조충 유충은 몸속에서 작은 물집 같은 병변을 만들고, 암처럼 주변 조직으로 퍼질 수 있다. 이번 환자에서도 가슴의 병변이 흉골과 갈비뼈를 손상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기생충 감염이 어떤 경로로 가슴벽과 뼈까지 퍼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환자는 병변이 가슴뼈와 주변 조직까지 넓게 퍼져 수술로 모두 제거하기 어려웠다. 의료진은 구충제 알벤다졸을 하루 400㎎씩 투여했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2년 뒤 병변은 6㎝가 넘던 크기에서 1.7㎝로 줄었다. 통증 등 증상도 거의 사라졌다.

연구진은 면역질환 치료에도 혹이 계속 커진다면 기생충 감염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자 한 명의 사례로, 스테로이드가 병변을 악화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충제 치료 후에도 병변이 남아 있어 장기간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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