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병력이 없던 39세 남성이 채혈을 하던 중 심장이 일시적으로 멈춘 사례가 보고됐다. 남성은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의식을 잃었는데, 다행히 의료진의 신속한 가슴압박으로 혈액순환이 회복됐다. 의료진은 채혈 과정에서 겪은 통증과 긴장이 심한 미주신경성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 미해군 요코스카병원 의료진이 보고한 이번 사례는 국제학술지 《응급의학 임상진료 및 증례(Clinical Practice and Cases in Emergency Medicine)》에 실렸다.
초기 검사 정상이었지만, 채혈 중 심박수 급격히 떨어져
남성은 약 15분 동안 이어진 두근거림 때문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심박수는 분당 89회, 혈압은 113/74mmHg로 정상이었고, 심전도에서도 뚜렷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의료진은 심장 리듬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를 연결하고 혈액검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채혈을 시도하는 동안 남성이 갑자기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모니터에는 심장 박동이 느려지는 서맥이 나타났고, 이어 심장의 전기적 활동이 기록되지 않는 ‘무수축’ 상태로 진행했다. 남성은 의식을 잃었다.
무수축이 15초간 이어지고 맥박도 확인되지 않자 의료진은 가슴압박을 시작했다. 가슴압박 후 약 20초 만에 혈액순환이 회복됐고, 남성은 의식을 되찾았다.
의식을 되찾은 직후에는 피부가 차갑고 축축한 등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징후를 보였다. 의료진이 생리식염수 1리터를 빠르게 투여하자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올라갔으나, 곧 다시 분당 30회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의료진은 머리가 몸보다 낮아지도록 침대를 기울이고, 미주신경이 심장 박동을 늦추는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인 아트로핀을 투여했다. 이후 심박수는 분당 100회까지 올라갔다.
혈액검사와 심장초음파, 재차 시행한 심전도에서는 이번 일을 설명할 만한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남성은 24시간 동안 관찰받는 동안 같은 증상이 재발하지 않았고, 증상 없이 퇴원했다.
통증·긴장에 대한 신경 반응…드물게 심장 박동까지 멈출 수 있어
의료진은 ‘미주신경성 반응에 의한 일시적 심장 무수축’으로 진단했다. 채혈을 여러 차례 시도하면서 생긴 통증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러한 반응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주신경성 반응은 통증이나 공포, 긴장 등의 자극에 몸이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장 박동이 느려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뇌로 가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줄어 의식을 잃는 것을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는 심장과 혈관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관여한다. 부교감신경의 일부인 미주신경의 작용이 강해지면 심장 박동이 느려질 수 있다. 또한 혈관을 수축시키는 교감신경의 작용이 줄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떨어질 수 있다. 두 반응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의식을 잃기 전에 어지럼증, 메스꺼움,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 소리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은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하지만, 반응이 매우 심하면 드물게 심장 박동이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다. 이번 남성은 의식을 잃은 뒤 맥박도 확인되지 않아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했다. 다행히 심장 모니터가 연결돼 있어 의료진은 심장 리듬의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처치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과거 채혈 중 실신 경험, 미리 알려야 할 정보
의식을 되찾은 남성은 과거에도 채혈을 받다가 한 차례 실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별다른 처치 없이 저절로 회복됐다고 한다.
의료진은 문헌에서 확인한 범위 내에서 이번 사례가 채혈 관련 미주신경성 반응으로 심장 무수축을 겪은 성인의 일곱 번째 보고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고된 여섯 사례에서도 모두 과거 미주신경성 반응을 겪은 이력이 있었다.
이는 이전에 비슷한 반응을 경험했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소수의 증례만으로 과거 실신 경험이 있는 사람의 심정지 위험을 계산하거나, 실신이 심정지를 예고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료진은 이를 주의해서 살펴야 할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어지럼증·메스꺼움 나타나면 참지 말고 알려야
채혈을 하거나 주사를 맞으면서 실신했거나 어지럼증,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면 검사 전에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건강정보 서비스 메드라인플러스는 채혈 때문에 실신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를 미리 알리고 누운 상태에서 검사를 받도록 안내한다. 채혈 중 식은땀이 나거나 속이 메스껍고,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 때도 즉시 의료진에게 말하는 것이 좋다.
실신했다고 모두 미주신경성 반응인 것은 아니다. 부정맥이나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처음 실신했거나 반복해서 실신하는 경우에는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가슴통증이나 심한 두근거림이 함께 나타나거나 의식이 빠르게 돌아오지 않으면 응급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채혈 중 나타나는 드문 중증 반응을 보여준다. 과거 채혈 때 잠깐 쓰러졌다가 회복했더라도, 그 경험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안전한 검사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채혈 중 심장이 멈추는 일이 흔한가?
A. 아니다. 채혈 중 통증이나 긴장으로 미주신경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심장 박동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미주신경성 실신은 짧은 시간 안에 회복된다.
Q2. 미주신경성 실신 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A. 어지럼증, 메스꺼움, 식은땀,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시야가 좁아지거나 주변 소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채혈 중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아 눕는 것이 좋다.
Q3. 과거 채혈 중 실신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검사 전에 의료진에게 실신 경험을 알려야 한다. 누운 상태에서 채혈을 받는 등 상황에 맞게 대비할 수 있다. 처음 실신했거나 실신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다른 원인이 없는지 진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