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회째를 맞은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는 칼 다이서로스와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이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이들 세 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 연구자는 빛을 이용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상 선택 받은 ‘광유전학’,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광유전학(optogenetics)은 살아있는 동물의 특정 뇌세포나 뇌 회로의 기능을 빛으로 제어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말한다. 뇌세포가 특정한 파장의 빛에 반응하도록 만든 뒤 해당 파장의 빛을 비춰 세포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개념이다.
과거에도 뇌의 특정한 부위가 일정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신경세포가 실제로 그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인과관계를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실시간 관찰이나 제어가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광유전학의 등장으로 빛을 통해 뇌세포를 실시간으로 멈추거나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경 회로의 일부분에서 특이한 작용이 일어났을 때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실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광유전학 덕분에 의학자들이 동물 실험에서 뇌 회로의 기능을 세포나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와 관련한 가설을 시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김기현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 역시 “현재 광유전학은 뇌 기능과 질환에서 신경회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핵심 연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 뇌 관련 질환을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임상 환경에 적용 가능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신약개발에서 유독 광유전학 관련 기대감이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뇌세포나 뇌 신경회로가 원인이 되는 질병은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유전성 망막질환만 해도 원인 유전자가 수십 개에 이른다. 이들 유전자마다 치료제를 만들면, 대다수의 환자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반면 광유전학을 활용한 치료는 이미 죽은 세포가 아니라 남은 세포에 빛 센서를 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변이 종류와 관계없이 안전성만 확인되면 말기 실명 환자에게도 적용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국이 먼저 주목한 ‘광유전학 창시자’, 뇌를 넘어 다른 장기까지 노린다
특히 세 수상자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칼 다이서로스 스탠퍼드대 교수의 연구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이서로스는 헤게만과 나겔이 발견한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뇌 신경세포에 적용했다. 학계에선 다이서로스가 사실상 광유전학의 핵심 개념을 제시한 창시자라고 보고 있다.
노벨위원회에 앞서 그의 연구 성과는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엔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다이서로스는 “빛으로 시각세포를 자극해 색소성망막염 환자를 치료하는 등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며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를 밝혀내면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향후 광유전학은 최대한 뇌를 덜 건드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미 광섬유를 뇌 중심부에 직접 삽입하지 않고 뇌표면에 빛을 전달하기만 해도 뉴런을 조작할 수 있는 옵션을 개발했다”며 “또 뇌를 넘어 심장 등 다른 장기에 적용하는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쥐의 심근세포(심장의 근육세포)에 발현시킨 뒤 LED 조끼를 입혀 빛으로 자극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해당 실험에서 심근세포가 일부분 활성화됐고 특정 조건에서 심장 박동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뇌 이외의 장기에 광유전학을 적용할 수 있는 실마리가 이미 나온 상황이다.
형수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도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광유전학의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당분간은 뇌 질환의 약물이나 신경조절 치료를 설계하고 고도화하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