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5일 (월)

잠결에 치아교정장치 삼킨 26세男⋯심한 복통에 다리 저림·통증, 왜?

치아교정용 리테이너, 작은창자 벽 뚫고 복막 뒤쪽 근육(대요근)으로 이동… 복막염 증상 없이 장벽 관통해 주변 조직 침범하는 ‘침묵의 천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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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교정 중인 젊은 남성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잠결에 치아교정용 유지장치(리테이너)를 삼킨 20대 남성에게 발생한 희한한 사례가 보고됐다. 리테이너가 복막 뒤 근육(큰허리근)으로 숨어드는 바람에 이 환자는 한동안 병원을 전전하며 큰 고통을 겪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아 교정을 하는 사람이 참 많다. 평소처럼 잠에 빠져 있던 26세 남성은 무심코 치아교정용 유지장치(리테이너, Retainer)를 삼키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뱃속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복통에 눈을 뜬 그는 곧바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인근 병원 의료진은 즉시 수술 방침을 세웠다. 사고 발생 3일째의 일이었다. 해당 병원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긴급 탐색술을 시행했지만, 배 안을 구석구석 살폈는데도 삼킨 이물질인 리테이너를 발견하지 못했다. 얼마 뒤 환자의 복통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른쪽 다리 전체가 찌릿찌릿 저리고 묵직하게 쑤시는 통증이 생겨 멈추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조금 걷거나 서 있어도 견디기 힘들 만큼 통증이 극심해졌다. 이 환자는 허리 디스크나 고관절 문제를 의심해 몇몇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환자는 이물질을 삼킨 날로부터 6주 만에 강동경희대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정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다시 받았다. 스캔 화면에서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물질인 리테이너 와이어는 이미 장 밖으로 나가 제4~5요추 부근의 오른쪽 복막 뒤 근육인 대요근(큰허리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있었다.

경희대 의대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연구팀(이현구·이하영·박윤영 교수)은 배를 크게 여는 대신 오른쪽 결장을 부드럽게 젖혀 복막 뒤쪽을 넓게 노출시켰다. 이어 실시간 X선 투시 장비(C-arm)를 작동해 미세한 금속 와이어의 정확한 좌표를 추적했다.

마침내 근육 섬유 사이에 단단히 박혀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있던 이물질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최신(최소침습) 복강경 기구로 이를 안전하게 제거했다. 수술 직후 다리 저림과 통증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환자는 이틀 만에 퇴원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 사례 연구 결과(Migration of an ingested orthodontic retainer into the psoas muscle presenting with radiculopathy-like symptoms)는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2026년 9월 25일 자)에 발표했다.

사람이 삼킨 이물의 80% 이상은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온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전체 삼킴 사례의 1% 미만이다. 하지만 바늘, 생선 가시, 치과 기구처럼 날카로운 물체는 장에 구멍을 뚫는 천공을 일으킬 수 있다. 이 환자의 사례처럼 뚜렷한 복막염 증상도 없이 장벽을 관통해 주변 조직으로 은밀히 파고드는 현상을 ‘침묵의 천공(silent perforation)’이라고 부른다.

이 사례는 작은창자 벽을 뚫고 나온 이물질이 장의 연동 운동과 신체 움직임에 밀려 복막 뒤 근육(대요근)까지 옮겨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요근 안에는 하반신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 무리인 요추신경총이 지나간다. 이 때문에 대요근 내부에 금속 이물질이 박히거나 만성 염증이 생기면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와 매우 비슷한 방사통이나 대퇴 신경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방사통은 허리나 엉덩이의 통증이 다리 쪽으로 뻗치듯 퍼지는 증상이며, 대퇴 신경병증은 허벅지 앞쪽과 다리의 감각이 무뎌지거나 찌릿찌릿 저리는 신경 이상을 뜻한다.

이 사례 연구 결과는 첫 수술에서 삼킨 이물질을 찾지 못했더라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변형된다면 즉시 연속 CT 촬영으로 위치를 재확인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또한 복잡한 후복막 이물질을 제거할 때는 첨단 C-arm 보조 복강경 수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임을 보여줬다.

이런 삼킴 사고를 예방하려면 평소 가철성 유지장치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잠들기 전에 반드시 유지장치를 빼서 단단한 전용 보관함에 넣어둬야 한다. 장치를 빼서 무심코 휴지에 감싸 식탁 위에 올려두면 음식물과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한 와이어가 휘거나 부러졌을 때 아깝다고 계속 끼거나 임시로 고쳐 쓰면 잇몸을 찌르거나 삼키기 쉽다. 유지장치에 이상이 느껴지면 서둘러 치과를 찾아 다시 제작해 써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교정용 리테이너 같은 날카로운 물체를 삼키면 배가 계속 많이 아프지 않나요?

A1. 초기에는 복통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물질이 장벽을 뚫고 복막 뒤쪽 공간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면 오히려 복부 통증이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동한 이물질이 주변 근육이나 신경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다리 저림이나 둔한 통증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Q2. 초기 복강경 수술에서 왜 이물질을 찾지 못했나요?

A2. 이물질은 삼키고 며칠이 지난 뒤 이미 장을 완전히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복막 뒤쪽 공간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복강 안쪽만 관찰하는 일반적인 탐색술로는 복막 뒤편에 박힌 이물질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Q3. 대요근(큰허리근)에 박힌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술은 몸에 큰 부담을 주나요?

A3. 과거에는 배를 확 열어 제치는 개복 수술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실시간 X선 투시장비(C-arm)와 복강경을 결합해 배를 조금만 여는 수술(최소침습 수술) 기법을 활용합니다. 그 덕분에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제거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환자의 일상 복귀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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