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4일 (목)

암세포 찾아 방사선 쏘는 ‘루타테라’에 경쟁⋯FDA, 8일 사이 같은 성분 약 2개 허가

란테우스 ‘브라브네사’, 복제약 경로 첫 방사성리간드 치료제⋯성인 위·장·췌장 신경내분비종양 대상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란테우스 연구시설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측정·준비하고 있다. FDA는 22일 란테우스의 방사성의약품 ‘브라브네사’를 성인 위·장·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로 최종 승인했다. 사진=란테우스

암세포를 찾아가 몸속에서 방사선을 쏘는 항암제 시장에서 경쟁이 붙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노바티스 ‘루타테라’가 자리 잡은 위·장·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치료 분야에서 8일 사이 같은 성분의 치료제 2개를 잇달아 허가했다.

미국 방사성의약품 기업 란테우스홀딩스는 FDA가 22일(현지시간) ‘브라브네사(Bravnetsa·루테튬 Lu 177 도타테이트)’를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R) 양성 성인 위·장·췌장 신경내분비종양(GEP-NET) 치료제로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브라브네사는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이다. 기존 치료제인 루타테라와 성분이 같다. FDA는 두 약이 생물학적·치료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했다.

GEP-NET은 위와 장, 췌장 등의 신경내분비세포에서 생기는 드문 암이다.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새 항암제 아닌 ‘루타테라 동등 제품’

브라브네사는 새로운 성분의 항암제가 아니다. 기준약과 마찬가지로 ‘루테튬 Lu 177 도타테이트’를 쓴다.

FDA는 신약허가신청(NDA)이 아니라 복제약 허가에 쓰는 약식신약신청(ANDA)으로 브라브네사를 심사했다. 약식신약신청은 기준약과 유효성분·함량·제형·투여경로 등이 같고 생물학적 동등성 등을 입증해 허가받는 절차다. 안전성과 효과를 처음부터 별도 임상시험으로 다시 입증할 필요는 없다.

란테우스에 따르면 방사성의약품이 루타테라와 생물학적·치료적 동등성을 모두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사성리간드 치료제가 ANDA를 거쳐 최종 승인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브라브네사는 개발 당시 ‘PNT2003’으로 불렸다. FDA는 지난 3월 2일 잠정 승인한 뒤 이번에 최종 승인을 내렸다.

방사성의약품이 암세포의 특정 표적을 찾아가 방사성동위원소를 전달하는 원리를 나타낸 그림. 브라브네사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R)를 표적으로 삼아 루테튬-177의 방사선을 전달한다. 자료=란테우스

암세포 표면 ‘표지’ 찾아 방사선 전달

그렇다면 약은 어떻게 암세포를 찾아갈까.

일부 신경내분비종양 세포 표면에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특히 SSTR2라는 단백질이 많이 나타난다. 도타테이트가 이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함께 연결된 방사성동위원소 루테튬-177이 베타선을 내보낸다.

이 베타선은 암세포와 주변 세포를 손상시킨다. 몸 밖에서 특정 부위를 조사하는 일반 방사선치료와 달리 약물이 몸속에서 표적을 찾아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다만 암세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약물이 신장 등 정상 장기에도 도달할 수 있어 치료할 때 신장을 보호하기 위한 아미노산 용액을 함께 투여한다. 골수억제와 신장·간 독성을 살펴야 하며, 장기적으로 골수이형성증후군(MDS)이나 백혈병이 생길 위험도 있다.

브라브네사의 권장 투여법은 8주 간격으로 모두 4차례 정맥 투여하는 것이다.

허가 길 달랐던 두 경쟁약⋯치료비 인하 여부 미지수

시장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FDA는 지난 14일 큐리움의 ‘벡슬루트리(Bexlutry)’를 SSTR 양성 성인 GEP-NET 치료제로 승인했다. 브라브네사까지 더해지면서 불과 8일 사이 같은 성분의 경쟁약 2개가 허가된 셈이다.

다만 심사 경로는 서로 다르다. 브라브네사는 복제약에 적용되는 ANDA를 거쳤고, 벡슬루트리는 기존 의약품 자료 일부를 활용하는 505(b)(2) 신약허가 절차를 밟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복제약이 나오면 환자와 의료기관의 선택지가 늘고 공급 경쟁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브라브네사의 미국 판매가격과 출시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승인만으로 치료비가 낮아진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에서 브라브네사는 성인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 루타테라는 2024년부터 12세 이상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소아·청소년 적응증에 대한 독점권이 유지되고 있어 이번 브라브네사 허가에는 이 연령대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기준약인 루타테라가 이미 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7월 허가했고, 2022년 3월부터 건강보험도 적용됐다. 현재 건보 상한금액은 1병당 2210만4660원이다.

반면 브라브네사는 이번에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는 확인되지 않아 국내 환자가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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