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2일 (화)

안과학회 “근시는 질병”⋯1디옵터 심해질 때 근시성 황반변성 위험 67%↑

28일 국회서 근시 진행 억제 정책토론회⋯안과학회 “학생 매년 시력 확인·국가 장기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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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종헌 국회의원, 김윤 국회의원,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 차흥원 한국실명예방재단 이사장.
사진=각 의원실·대한안과학회·한국실명예방재단

안경을 새로 맞춰 다시 잘 보이면 근시 관리는 끝난 것일까. 대한안과학회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근시는 흐릿한 시야만 교정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의 구조가 달라지고 장기적으로 망막과 시신경 질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관련 연구에서는 근시가 1디옵터 심해질 때 녹내장 위험은 20%, 근시성 황반변성 위험은 67%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안과학회와 한국실명예방재단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근시 관리,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를 주제로 근시 진행 억제 정책토론회를 연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다.

20대 78.9%, 60대 16.1%⋯세대 간 약 5배 차이

첫 발표자인 최미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회장은 한국 소아청소년의 근시 현황과 해외 대응, 근시 진행을 늦추는 치료 근거를 소개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전국 대표 표본을 분석한 연구에서 12~19세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77.8%, 고도근시는 9.4%를 기록한 바 있다. 서울 19세 남성 2만3616 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연구에서는 각각 96.5%, 21.6%로 나타났지만 조사 대상과 시기가 다른 만큼 두 결과를 같은 통계처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세대 차이는 더 뚜렷하다. 최경식 한국근시학회 정책이사(대한안과학회 법제이사)가 소개하는 연구에서는 20대 근시 유병률이 78.9%, 60대는 16.1%였다. 약 5배 차이다.

학교에서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력 이상 판정 비율이 높아졌다. 2025년 학생건강검사에서 초등학교 1학년은 약 30%, 고등학교 1학년은 약 75%가 시력 이상으로 판정됐다. 여기서 ‘시력 이상’은 학교 검사에서 일정 기준보다 시력이 낮게 측정된 학생을 뜻한다. 근시뿐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시력이 떨어진 경우도 포함될 수 있어, 이 수치를 곧바로 근시 유병률로 볼 수는 없다.

서울지방병무청에서 2013~2022년 신체검사를 받은 19세 남성의 증가 추세를 적용한 연구에서는 2050년 근시 유병률이 90.9%, 고도근시는 31.3%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전체 인구가 아니라 서울 19세 남성을 토대로 한 전망이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라식·라섹으로 안경 벗어도⋯길어진 눈은 그대로

근시가 심해진다고 단순히 안경알만 두꺼워지는 것은 아니다.

최경식 정책이사가 소개한 연구들을 보면 근시 정도가 높아질수록 망막박리와 녹내장, 근시성 황반변성 같은 질환 위험도 커졌다.

근시가 1디옵터 더 심해질 때마다 근시성 황반변성 위험은 67% 높아졌다. 이는 기존 위험의 1.67배가 된다는 의미다. 가령 위험이 1%였다면 1.67%가 되는 식이지, 68%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안지윤 대한안과학회 부총무이사는 이런 위험을 눈의 구조 변화와 연결한다. 근시가 진행하면 눈의 앞뒤 길이인 ‘안축장’이 길어질 수 있다. 라식·라섹 같은 굴절교정수술은 각막의 굴절력을 바꿔 안경 없이 잘 보이게 하지만, 길어진 안구를 원래대로 줄이는 수술은 아니다.

안 부총무이사는 “굴절교정수술 후에도 안축장은 그대로이므로 망막·시신경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근시를 “안경 도수의 문제가 아니라 안구 구조 변화와 평생 합병증 위험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를 놓고 “근시는 질병입니다”라고 압축했다.

안경을 맞춰 잘 보이게 하는 데서 끝낼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어린 시절부터 변화를 살피고 필요하면 치료하며, 성인이 된 뒤에는 합병증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어린 나이에 근시가 시작하면 진행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소아기에는 발생 시점을 살피고, 학령기와 청소년기에는 도수와 안축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성인이 된 뒤에는 망막과 시신경 합병증도 정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다. 국제 연구에서는 전 세계 근시 관련 직접비용이 2019년 3587억달러에서 2050년 87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 안경·콘택트렌즈부터 진행 억제 치료, 굴절교정수술, 합병증 진료비와 생산성 손실까지 근시 때문에 생기는 비용을 따로 집계한 국가 통계가 없다.

국회 정책 토론회 포스터 사진=대한안과학회 한국실명예방재단

정기적 진료로 효과·안전성 계속 살펴야

근시 진행 억제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최미영 회장은 치료 전 나이와 진행 속도를 고려해 치료 방법을 정하고, 이후 굴절 변화와 안축장 등을 확인해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한다면 각막 상태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각막굴절교정렌즈를 사용하던 10세 여아에게 녹농균 각막염이 발생했다. 아이는 나흘 전부터 오른쪽 눈 통증과 시력 저하가 있었고, 치료 뒤에도 각막혼탁이 남아 교정시력이 0.2에 머물렀다.

한 환자의 사례인 만큼 특정 치료법의 전체 위험도를 보여주는 통계는 아니다. 다만 렌즈를 사용하는 아이에게 충혈이나 통증, 시력 저하가 나타났다면 렌즈만 빼고 기다리기보다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실명예방은 시력을 잃은 뒤 시작하는 게 아니다”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두 의원도 근시를 개인과 가정의 노력만으로 감당할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종헌 의원은 미리 제공한 축사를 통해 “아이들의 눈 건강을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노력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과 국가 차원의 감시·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윤 의원은 근시 진행 억제 치료와 관리가 비급여 중심으로 이뤄져 소득이나 거주 지역에 따라 눈 건강 격차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기부터 성인·노년기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눈 건강 의료보장 로드맵’을 마련하고 학교와 의료기관, 정부를 연결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는 접근성을 높이되, 무허가이거나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치료가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흥원 한국실명예방재단 이사장은 “실명예방은 시력을 잃은 뒤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력을 잃을 위험요인을 어린 시절부터 줄이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학회가 제시하는 정책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 학생의 시력 변화를 해마다 확인하고, 근시가 일찍 시작됐거나 변화가 빠르면 안과 진료로 연결하자는 내용이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야외활동을 늘리고, 근거리 작업이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거리와 밝기, 휴식시간을 챙기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회와 정부에는 △학교 눈 건강 예방사업 △학생의 정기적인 시력 확인과 안과 진료 연계 △근시 진행 억제 치료의 안전관리 △장기 추적자료 구축과 성인기 합병증 관리 등 네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주제발표에 이어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한다. 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 김성수 한국근시학회 회장, 윤은숙 한겨레 건강한겨레 부편집장, 김은철 대한검안학회 회장, 박진구 대한안과의사회 총무, 신선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근시총괄이사가 패널리스트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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