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부터 걸을 때 자꾸 비틀거리고, 병이 진행하면 똑바로 서거나 또렷하게 말하는 것까지 어려워지는 희귀 유전질환이 있다. 한국에서도 환자가 확인된 ‘운동실조-모세혈관확장증(A-T)’이다.
이런 환자들의 운동실조를 치료하는 첫 약이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바이오제약사 인트라바이오의 ‘아크누르사(Aqneursa·레바세틸류신)’를 A-T 환자의 운동실조 치료제로 승인했다. 체중 15kg 이상인 소아와 성인이 대상이다.
‘운동실조’는 여러 근육의 움직임을 서로 맞추는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걸을 때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거나 똑바로 서기 어렵고, 손발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거나 말을 또렷하게 하는 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크누르사는 정제나 캡슐이 아니라 1회용 포에 든 약을 물에 섞어 먹는 경구용 치료제다.
ATM 유전자 이상⋯한국에서도 환자 보고
A-T는 ATM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희귀 신경퇴행질환이다. 주로 어린 시절 운동실조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기능이 떨어진다. 면역기능 저하로 감염이 잦아질 수 있고 눈이나 피부의 작은 혈관이 늘어나는 증상도 나타난다. 백혈병·림프종 등의 암에 걸릴 위험도 높다.
승인 근거가 된 3상 임상시험에는 4~50세 환자 73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아크누르사와 위약을 각각 12주씩 번갈아 복용했다.
FDA는 걷기·앉기·서기·말하기를 평가하는 기능성 운동실조척도(fSARA)에서 아크누르사가 위약보다 신경기능을 유의하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란셋 신경학(The Lancet Neurology)》에 발표된 3상 결과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걷기와 서기, 말하기 등 운동실조 정도를 평가하는 SARA 점수는 12주 뒤 아크누르사 복용 때 평균 1.92점 낮아졌지만, 위약을 먹었을 때는 0.14점 낮아지는 데 그쳤다. 점수가 낮아질수록 운동기능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두 치료의 차이는 1.88점으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ATM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환자 사례가 보고돼 왔다. 2018년 연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한국의 A-T 유병률을 인구 100만 명당 약 0.9명으로 추산했다. 매우 드문 질환이고 진단도 쉽지 않다.
완치약은 아냐⋯운동기능 직접 겨냥한 첫 선택지
그동안 A-T 자체를 낫게 하거나 진행을 막는 확립된 치료법은 없었다. A-T 환자의 운동실조에 FDA가 승인한 치료제도 없었다. 환자들은 물리·작업·언어치료 등으로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감염이나 면역기능 저하 같은 증상과 합병증을 관리해왔다.
아크누르사도 병의 원인인 ATM 유전자 이상을 고치는 약은 아니다. 이번 임상에서 확인된 효과도 운동실조 개선이다. A-T에 동반되는 면역결핍이나 높은 암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도 아직 없다.
이번 승인으로 A-T 환자에게 점차 나빠지는 운동기능을 직접 겨냥한 첫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인트라바이오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희귀·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제약사다. 아크누르사는 2024년 희귀 신경질환인 니만-피크병 C형 치료제로 먼저 FDA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는 A-T 환자의 운동실조까지 적응증이 확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