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부터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호흡기 감염을 반복하고 림프절까지 자주 붓는데도 정확한 병명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극히 드물게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희귀 면역질환 ‘활성화 PI3K-델타 증후군(APDS)’이 원인일 수 있다.
APDS는 다른 면역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관련 연구에서 증상이 시작된 뒤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이 7년이었다. 병이 진행하면 폐가 영구적으로 손상되거나 림프종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에서 이 질환을 직접 겨냥한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는 연령이 4세까지 낮아졌다.
네덜란드 제약사 파밍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조엔자(Joenja·성분명 레니올리십)’를 4~11세 APDS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체중 27kg 이상이 대상이다. 미국에서 이 연령대 APDS 환자를 위한 치료제가 승인된 것은 처음이다.
과도하게 켜진 면역 신호 낮춰
APDS는 PIK3CD 또는 PIK3R1 유전자 변이 때문에 면역세포의 PI3Kδ 신호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생긴다.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져 귀·부비동·호흡기 감염이 반복되고 림프절이나 편도가 커질 수 있다. 확진하려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조엔자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PI3K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먹는 표적치료제다. FDA는 2023년 3월 이 약을 12세 이상 APDS 환자 치료제로 처음 승인했다.
이번 소아 확대 승인의 근거는 4~11세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3상 임상시험이다. 12주간 치료한 뒤 림프절 비대가 줄었고 면역기능과 관련된 B세포 지표도 좋아졌다. 안전성에서도 기존 청소년·성인 환자에게서 확인된 것과 크게 다른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사기한보다 6주 빨리 결정
FDA는 당초 10월 24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결정은 약 6주 빨리 나왔다.
파밍은 앞서 소아 환자까지 사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신청서를 냈다가 지난 1월 FDA의 보완 요구를 받았다. 체중이 적은 어린이에게 적절한 양의 약물이 몸에 도달하는지를 보여줄 추가 자료와 생산 과정의 시험법 관련 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파밍은 체중 27kg 이상 환자에 맞춘 40mg·50mg 용량으로 다시 신청했고 이번 승인을 받았다. 새 용량 제품은 오는 10월 미국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다만 4~11세 어린이 모두가 이번 승인 대상은 아니다. 체중 13kg 이상 27kg 미만 어린이를 위한 더 낮은 용량은 별도로 FDA 심사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