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 A씨는 다시 목 수술을 앞두고 있다. 몇 년 전에도 목뼈 한 마디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유합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양손이 저리고 손가락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단추를 잠그기도 어려워졌고 걸음까지 휘청거렸다.
가족 입장에서는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에도 또 목뼈를 고정해야 하나?” 이미 한 번 유합수술을 받은 만큼 나머지 목까지 더 고정하면 움직임이 더 불편해지는 것은 아닌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 번 고정했는데, 왜 목이 또 문제일까?
유합수술은 문제가 있는 척추 분절을 고정해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술이다. 다만 고정된 부위의 위아래 목뼈는 계속 움직인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와 관절, 인대의 퇴행성 변화가 겹치면 이전 수술 부위 주변에서 다시 신경이나 척수가 눌릴 수 있다.
이른바 ‘인접분절질환(Adjacent Segment Disease)’. 이미 유합된 척추의 바로 위 또는 아래 분절에 퇴행성 변화가 진행해 새로운 증상이 생기는 경우다.
그렇다고 “첫 수술 때문에 다음 병이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령 환자에게는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여러 목뼈에서 퇴행성 변화가 함께 진행할 수 있어서다. 진단 결과, A씨 문제도 과거 고정한 분절 자체 문제라기보다 그 위쪽에서 새로 나타난 척수 압박 때문이었다.
손이 저린데 왜 걸음까지 휘청거릴까?
목에서 팔로 내려가는 신경뿌리가 눌리면 팔이나 손이 저리고 아플 수 있다. 그러나 손가락을 제대로 쓰기 어렵고 다리까지 이상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씨도 처음에는 양손 손가락이 저렸다. 이후 손 힘이 약해지면서 급기야 셔츠 단추를 잠그기까지 어렵게 됐다. 시간이 지나며 발바닥이 저리고 걸음도 불안해졌다.
단순히 목 디스크나 척추관이 좁아진 협착증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었다. 정종철 부산큰병원 병원장은 “이런 환자는 팔이나 손의 통증만 볼 것이 아니라, 손 기능과 보행 상태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과거 목 수술을 받은 사람이 새롭게 손가락 힘이 떨어지거나 젓가락질, 단추 잠그기가 어려워지고, 걸을 때 휘청거리기까지 한다면 ‘경추척수증’ 등 더 복잡한 질환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목수술이면 또 유합해야 할까?
수술을 정할 때는 새로 눌린 부위가 어디인지, 몇 개 분절인지, 신경근과 척수 가운데 무엇이 눌렸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목이 안정적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척추가 불안정하다면 유합수술이 필요하다. 반대로 뼈들 사이 안정성은 유지돼 있고 특정 부위의 신경이나 척수 압박만 풀어주면 되는 환자라면 굳이 유합수술까진 가지 않아도 된다. 목뼈들의 움직임을 보존하는 것이 더 큰 가치이기 때문이다.
부산큰병원 정종철 병원장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 “내시경수술을 할 수 있느냐를 먼저 따지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감압 범위와 척추 안정성을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내시경이냐 유합이냐’의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이 환자에게 어디까지 풀어주고 어디까지 보존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얼마나 많이 제거했나”에서 “얼마나 잘 지켰나”로
경추 내시경수술은 과거 단순히 디스크 수술이나 추간공협착증 치료에 주로 쓰였다. 최근에는 다분절 척수병증, 양측 추간공협착, 상부경추 질환은 물론 낭종과 종양 제거까지 그 적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여러 분절에서 척수나 신경이 눌린 경우 연속적·선택적 감압이 가능해졌고, 양쪽 신경이 함께 눌린 경우도 한쪽 접근으로 반대쪽까지 감압하는 방식이 발전했다.
내시경을 이용하면 작은 통로로 수술 부위에 접근해 확대된 시야에서 신경이나 척수를 누르는 구조물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주변 근육과 관절, 뼈를 가능한 한 보존하면서 필요한 감압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합수술이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술이라면, 내시경수술은 척추관절의 움직임을 보존하는 수술(motion-preserving surgery)에 가깝다. A씨도 상부 경추 후궁감압술을 받으며 유합 대신 목의 움직임을 유지하는 쪽으로 수술을 마쳤다.
치료 늦어질수록 신경 오래 눌려⋯회복은 언제, 어디까지 가능할까?
회복은 대체로 이런 순서를 밟는다. 통증은 며칠 사이, 길게는 1~2주 안팎으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몇 주 정도 지나면 저림 증상도 좋아지지만, 둔한 느낌이나 약해진 근력은 수개월 가까이 더 남을 수 있다. 오래 눌린 척수는 수술한다고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
더 나아가 척수증을 오래 방치해 척수 일부가 이미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렸다면 수술 부위를 최소한으로 해서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조기에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회복 가능성을 좀 더 높일 수 있어서다.
유합이냐, 감압이냐⋯환자가 물어야 할 것은?
물론 모든 경우에 감압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척추 불안정성이 크거나 변형이 심한 경우에는 고정이 오히려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엔 유합이 필요한 분절과 감압만으로 충분한 분절이 함께 있다면, 불안정한 부위만 유합하고 나머지는 내시경으로 감압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미 유합수술을 받은 환자의 인접분절질환에서도, 추가 유합을 피하기 위한 선택지로 검토된다.
결국 두 번째 목 수술을 앞둔 환자가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내시경 수술 여부가 아니다. 자신의 목이 다시 고정해야 할 정도로 불안정한가, 아니면 눌린 척수나 신경만 풀어주면서 움직임을 보존할 수 있는가이다. 그 답에 따라 두 번째 수술의 방향은 달라진다.
[FAQ] 경추 재수술 앞두고 많이 묻는 질문
내시경수술이면 수술 후 저림이 바로 없어지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신경이나 척수가 오랫동안 눌렸다면 압박을 풀어도 저림이나 감각 둔함이 일정 기간 남을 수 있습니다. 수술 직후 심한 저림은 며칠 이내 좋아지고, 몇 주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줄어들게 됩니다.
예전에 유합수술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내시경 재수술이 가능한가요?
아닙니다. 기존 유합 상태와 새 병변의 위치, 척추 정렬, 불안정성, 척수 압박 범위를 함께 봐야 합니다. 감압만으로 충분한 환자에게는 움직임 보존 수술을 검토할 수 있지만, 불안정성이 크다면 추가 유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내시경수술과 유합수술을 같이 할 수도 있나요?
그렇습니다. 일부 환자는 모든 부위를 고정하지 않고, 불안정한 분절만 유합하면서 다른 압박 부위는 내시경으로 감압하는 하이브리드 수술도 가능합니다. 분절마다 필요한 치료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수술을 받은 사람 중 어떤 증상이 생길 때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새롭게 손 힘이 떨어지거나 젓가락질, 단추 잠그기가 어려워지고, 손 저림에 더해 다리 저림이나 보행 불안까지 나타난다면 빨리 검사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손과 발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신경근 통증보다 척수 압박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도움말=정종철 부산큰병원 병원장(신경외과). 세브란스병원 임상연구 조교수와 을지대병원 임상교수, 뉴욕대병원 방문교수를 지냈다. 척추, 그 중에서도 경추척수증, 경추추간공협착증, 경추디스크 등 목 질환을 많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