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다른 합병증 없이 자연분만한 30세 여성이 출산 후 시작된 복통이 저절로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았다가, 소장과 대장 일부가 광범위하게 괴사하고 패혈성 쇼크에 빠진 사례가 보고됐다.
에티오피아 곤다르대 의료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세계산부인과학저널(World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에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이 여성은 건강한 3kg 남자아이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한 뒤 사흘째 병원을 찾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출산으로, 이전 출산도 모두 자연분만했으며 이번 분만 과정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처음에는 배에 가벼운 경련성 통증이 나타났다. 여성은 통증이 저절로 사라질 것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은 오히려 심해졌다. 사흘 동안 대변은 물론 방귀도 나오지 않았고, 하루 2~3차례 구토했다. 처음에는 먹은 음식물을 토했지만 이후에는 담즙이 섞인 구토를 했고, 병원을 오기 하루 전부터 배가 눈에 띄게 부풀기 시작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여성은 심한 탈수와 쇼크 상태였다. 혈압과 말초 맥박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위중했으며, 의료진이 즉시 수액 4L를 투여하자 혈압과 맥박이 다소 안정됐다.
복부 엑스레이에서는 대장폐색이 의심됐지만 병원 장비 문제로 컴퓨터단층촬영(CT)은 시행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장폐색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판단하고 응급 개복수술을 시행했다.
소장과 대장이 서로 휘감겨 혈액 공급 끊겨
수술 결과 복강 안에는 피가 섞인 액체가 약 3L 차 있었고, 소장의 마지막 부분인 회장이 구불결장과 이를 지지하는 장간막을 휘감아 매듭처럼 얽혀 있었다. 이로 인해 장으로 가는 혈관까지 조여지면서 구불결장 전체와 회장 약 60cm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조직이 이미 괴사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얽힌 장을 억지로 풀지 않고 괴사한 회장과 구불결장을 한꺼번에 절제했다. 이어 남은 대장의 끝부분을 직장과 연결하고, 소장 끝은 복벽 밖으로 빼내 배설물이 나오도록 말단 회장루를 만들었다.
여성은 수술 후 안정적으로 회복해 엿새 만에 퇴원했다. 이후 예정된 시기에 회장루를 닫는 수술도 합병증 없이 받았다. 퇴원 후 추적 관찰에서도 불편한 증상은 보고하지 않았으며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장과 대장이 함께 막히는 희귀 장폐색
이 여성에게 발생한 질환은 ISK(Ileosigmoid knotting)라는 희귀한 장폐색이다.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과 대장의 구불결장이 서로를 휘감아 매듭처럼 얽히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소장과 대장이 동시에 막히고, 두 장으로 가는 혈관도 함께 눌리거나 꼬이면서 혈액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 혈류가 차단된 상태가 지속되면 장 조직이 손상돼 결국 괴사한다. 장 안으로 많은 체액이 빠져나가 심한 탈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손상된 장벽을 통해 세균과 독성 물질이 퍼지면 복막염과 패혈증, 쇼크로 빠르게 진행할 위험도 있다.
ISK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소장을 지지하는 장간막이 길어 소장이 지나치게 잘 움직이거나, 구불결장이 길고 이를 지지하는 장간막의 밑부분이 좁은 해부학적 특성이 있으면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환자에게서도 긴 소장 장간막과 길게 늘어진 구불결장이 확인됐다.
주로 성인 남성에게 발생하지만 임신 후기와 출산 후 여성에게도 드물게 보고된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장운동이 느려지고 변비가 생기기 쉬우며, 커진 자궁으로 인해 복강 안 장기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출산 전후의 변화가 ISK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번 사례만으로 출산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복통·복부 팽만·구토 나타나지만 수술 전 진단 어려워
ISK가 발생하면 복통과 복부 팽만,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대변과 방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장폐색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수술 전에 정확히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복부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팽창하고 꼬인 장과 혈액 공급이 줄어든 흔적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구불결장 염전으로 오인될 수 있다.
장 괴사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환자의 혈압과 혈액순환을 안정시킨 뒤 응급수술해야 한다. 장이 살아 있다면 꼬인 부분을 풀지만, 이미 괴사했다면 손상된 장을 절제한다.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장 손상이 심하면 절제한 장을 바로 연결하지 않고 장루를 만들기도 한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 공개된 의학 자료에 따르면 ISK의 평균 사망률은 장 괴사가 없는 경우 약 7~8%이었지만, 괴사가 발생한 경우에는 연구에 따라 20~100%로 보고됐다. 보고된 사례 수와 의료 환경 등에 따라 수치 차이가 크지만, 장이 괴사하기 전에 발견해 신속하게 수술하는 것이 예후에 중요하다는 점은 일관된다.
출산 후에는 변비나 복부 불편감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복통과 복부 팽만이 갈수록 심해지고 반복적인 구토와 함께 대변뿐 아니라 방귀도 나오지 않는다면 단순한 산후 변비로 넘겨서는 안 된다. 어지럼증이나 식은땀, 빠른 맥박,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ISK는 어떤 질환인가요?
A. ISK는 소장의 마지막 부분인 회장과 대장의 구불결장이 서로 휘감겨 매듭처럼 얽히는 희귀한 장폐색이다. 소장과 대장이 동시에 막히고 혈액 공급까지 차단돼 장 괴사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Q2. ISK가 발생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복통과 복부 팽만, 반복적인 구토가 나타나며 대변과 방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증상이 빠르게 심해지거나 어지럼증, 빠른 맥박,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Q3. ISK는 어떻게 치료하나요?
A. 혈압과 혈액순환을 안정시킨 뒤 응급수술을 시행한다. 장 조직이 살아 있으면 꼬인 부분을 풀 수 있지만, 이미 괴사했다면 손상된 장을 절제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일시적으로 장루를 만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