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년 지역·필수의료에 1조2600억원 규모의 별도 특별회계를 신설한다.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할 지역의사선발전형 학생 490명에게 등록금과 주거비를 지원하고, 국립대병원을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에 견줄 수 있는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한다.
분만·신생아 등 모자의료 분야 전문의에게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월 1000만원의 특별수당을 지원한다. 응급환자를 구급대와 병원이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과 개인 건강기록을 활용한 의료 AI 구축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도 예산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1일 밝혔다.
복지부 총지출은 148조7697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137조4949억원보다 11조2748억원, 8.2% 늘었다.
지역·필수의료와 공공병원, 의료인력 확충을 비롯해 통합돌봄, 아동·청년 지원, AI·바이오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1조2600억 신설
의료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조2600억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이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지원을 늘리고 공공의료기관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사업을 정하기보다 지방정부가 지역에서 부족한 의료서비스를 직접 골라 사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도 높인다.
새로 추진하는 ‘지역주도 의료공백 해소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가 시도별 예산 규모와 지원 가능한 사업을 제시하면 지방정부가 지역 상황에 맞춰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선택해 추진하는 방식이다.
지역 의료인력 확보에도 돈을 투입한다.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선발전형 학생 490명에게 등록금과 주거비 등을 지원한다.
일정 기간 지역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도 올해 6개 시도 136명에서 내년 서울을 제외한 전국 448명으로 늘린다. 경력 있는 의사를 지역 의료현장에 연결하는 시니어의사 채용 지원도 160명에서 220명으로 확대한다.
국립대병원 지역거점으로…지방의료원 진료역량도 강화
지역 병원의 진료역량을 높이는 사업도 확대한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지역의 중증·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주축병원으로 집중 육성해 서울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이른바 ‘빅5’ 병원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에는 진료시설 확충과 필수의료 운영비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입원·수술 등 상당 부분의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 포괄적 2차 종합병원 수준으로 기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산모와 신생아를 담당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 모자의료센터에서 일하는 전문의에게 월 1000만원, 전공의에게 월 500만원의 특별수당을 지원한다. 고위험 임산부와 중증 신생아 등을 집중 치료하는 중증모자의료센터는 2곳에서 4곳으로 늘린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의료사고 부담을 덜기 위한 의료배상보험료 지원도 전국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전담의까지 확대한다.
구급대-병원 AI로 연결…개인 건강기록·의료영상 공유 확대
AI를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구급대와 병원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응급의료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의료취약지역 일차의료기관에도 AI를 활용한 진료지원 체계를 도입한다.
국민이 여러 의료기관에 흩어진 자신의 진료·투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나의 건강기록(PHR·개인건강기록)’을 AI와 연결하고, 의료영상을 QR 방식으로 공유하는 사업에는 387억원을 투입한다.
전국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연계하는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와 한국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AI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349억원을 편성했다.
출산과 건강 지원도 확대한다. 미숙아·선천성이상아의 의료비 지원 한도를 최대 2700만원까지 늘리고, 임신 전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가임력 검사 지원 대상은 4만명 확대한다.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도 2곳 추가한다.
통합돌봄은 장애인까지…기초연금 25조7000억
의료 분야에 이어 돌봄과 복지 지원도 확대한다.
지역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함께 받을 수 있는 통합지원 서비스 대상을 노인에서 장애인까지 넓힌다. 의료취약지역과 인구감소지역에는 사업비를 1.2~1.5배 더 지원하고, 돌봄 시설이 부족한 인구감소지역에는 주야간·단기보호와 방문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공립 ‘취약지돌봄센터’ 30곳을 신설한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3조1000억원에서 내년 25조7000억원으로 11% 늘어난다. 지급 방식도 저소득 노인에게 더 두텁게 주는 방향으로 바뀐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부부가구는 현재 월 56만원에서 내년 최대 68만4000원으로 12만4000원 더 받을 수 있다. 소득 하위 30~45% 부부가구도 최대 64만6000원으로 8만6000원 늘어난다. 이 같은 저소득층 차등지급 대상은 약 348만명이다.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을 때 연금액을 깎는 ‘부부감액’도 완화한다. 약 234만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됐던 일부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에게도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월 38만원을 지급한다. 복지부는 이에 해당하는 인원을 약 11만명으로 보고 있다.
아동·청년 지원도 늘린다. 기존 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아동수당을 아이맞이지원금과 아동기본수당 체계로 개편하고, 아동기본수당 지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만 18세가 되는 청년에게는 국민연금 가입 이력을 만들 수 있도록 첫 달 보험료 약 4만2000원을 처음 지원한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인력은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리고 전국 자살예방센터 인력도 센터당 5명에서 7명으로 확충한다. AI로 온라인 자살유발정보를 찾아내는 시스템과 24시간 자살 시도·사망 현황을 관리하는 ‘국가자살대응실’도 새로 만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사회 안전매트를 더 두텁게 하고, 지역사회 돌봄은 넓히면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확충하여 어디에 살든 질 높은 의료를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삶과 건강 보호에 중점을 두고 2027년 예산안을 편성하였다”며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복지국가 구현에 보건복지부가 앞장설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협의하고, 국민의 의견에 더 귀 기울이며, 국민에게 꼭 필요한 보건복지 정책을 실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