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에 장난으로 ‘백화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성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1256만여원을 국가에 배상하게 됐다. 온라인 협박성 게시물로 낭비된 치안 비용 전액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인정된 첫 사례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8단독은 최근 국가가 20대 남성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고손실금 1256만7881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경찰이 인건비와 초과근무수당, 유류비, 급식비 등으로 산정한 치안 비용 전액이다.
A씨는 지난해 8월 유튜브 게시물에 신세계백화점을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허위 글을 올렸다.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경찰특공대 등을 포함해 총 277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또 당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던 고객 약 4000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추적해 경남 하동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장난으로 한 협박글 한 건에도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력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그 비용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담된다”며 공중협박범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와 손해배상 청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256만원이 전부 아니다… ‘가짜 위협’도 진짜 스트레스 유발
이 같은 허위 협박이 초래하는 피해는 경찰 출동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폭발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협을 사실로 받아들인 순간 시민들이 겪은 공포와 불안은 실제로 느낀 것이기 때문이다.
위협을 감지하면 우리 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교감신경계 등이 활성화되면서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의 신체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가짜 위협’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미국 하와이에서 발생했다. 당시 주민들에게 탄도미사일이 하와이로 접근하고 있다는 잘못된 경보가 발송됐고, 38분이 지나서야 오경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연구팀이 하와이 주민 1만4830명이 작성한 약 120만건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오경보가 발생한 날 불안을 나타내는 표현이 4.6% 증가했다. 또 경보 해제 이후 불안이 감소하는 양상 이 사람마다 달랐으며 일부 집단에서는 더 오래 불안을 느끼기도 했다.
“어차피 장난인데” 반복되면… 불안도 사회적 비용
허위 협박에 명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장난으로 해도 별일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가 범죄 억제 연구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르면 적발돼 책임을 지게 된다는 ‘처벌의 확실성’에 대한 인식이 범죄 억제에 더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따라서 허위 협박에 실제 법적·경제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리는 것은 유사 행위의 억제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반대로 폭파와 테러 협박을 장난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시민들은 비슷한 상황 재반복에 대한 불안과 피로가 커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