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29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태원 참사 현장 구조 활동에 투입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다 숨진 소방공무원 2명을 참사 희생자로 인정됐다. 직무 수행으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과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해 소방공무원을 참사 희생자로 결정한 첫 사례다.
특조위에 따르면 희생자로 인정된 남모 소방관은 참사 당시 용산소방서 소속으로 현장 구조 활동에 참여했으며 시신 이송 업무도 수행했다. 참사 이후 PTSD와 불면증으로 지난해 6월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으나 불승인 판정을 받은 뒤 자택에서 숨졌다. 다른 한 명인 박모 소방관도 참사 전 활발했던 성격이 참사 후 위축되더니 우울감을 호소하다가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처럼 재난이나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는 지속적인 우울함이나 불안감,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방치하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불러올 수 있다.
“내 고통 인정받지 못했다”…2차 트라우마
이용헌 특조위 조사1과장은 “요양 신청이 불승인된 것이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심화시켰을 것이란 자문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도적 거부가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게 더 깊은 무기력과 극단적인 생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정신 질환을 이유로 한 공무상 요양을 신청 승인율은 최근 3년 동안 25%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89.7%였던 승인율은 2023년 80%, 2024년 64.5%로 계속 떨어졌고, 2025년 상반기에는 56.5%까지 내려갔다. 이태원 참사에 투입됐던 소방관 8명 중 5명만 요양 승인을 받았고, 나머지 3명은 승인받지 못했다.
단순히 슬픈 기억 아냐…편도체 과민화
전문가들은 트라우마가 편도체 등 뇌의 위험 감지 시스템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위험하지 않은 자극에도 위험 경보가 계속 켜진 상태”라고 설명한다.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재난 현장 종사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만성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완화를 위한 중재에 대한 통합적 문헌고찰’ 논문을 보면 경찰관의 우울증과 PTSD 진료 인원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각각 67%와 46% 증가했다. 소방관 역시 PTSD 증상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으며 약 4.4%가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수면장애·무기력 지속되면…전문 치료 필요
참사·재난 현장을 겪은 뒤 참사 장면, 소리, 희생자 얼굴 등이 자꾸 떠오르는 재경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나 특정 장소 등을 회피하게 되면서 사회생활이 위축된다.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자꾸 깨고, 참사 관련 악몽을 반복해서 꿈는 수면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예전처럼 즐겁던 일에도 흥미가 사라지는 무기력 상태가 지속되면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난 종사자 심리상담 의무화…제도적 지원 시급
참사·재난 현장 경험 후 수면장애, 반복되는 악몽, 무기력, 극단적인 생각 등이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테러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의 트라우마 후유증을 평생 추적하고 관리하는 ‘자드로가법’(Zadroga Act)을 제정했다. 한국도 최근 제도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데, 2026년 소방청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마음건강 협력병원을 98곳에서 253곳으로 늘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