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을 단 몇 초 촬영한 영상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가능성을 가려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피부에서 얻은 미세한 혈류 관련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향후 충분한 검증을 거치면 고혈압과 당뇨병 위험이 있는 사람을 간편하게 선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된다.
일본 도쿄대와 도쿄과학대학 연구진은 AI를 이용한 영상 분석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을 식별할 수 있을지 알아본 연구 결과를 이번 달 28~3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6)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 발표자인 료코 우치다 연구원은 “일상 환경에서 흔한 질환을 조기에 대규모로 찾아낼 수 있는 비접촉 방식의 선별검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얼굴과 손바닥에서 얻은 신호 AI로 분석
연구진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와 건강한 지원자를 포함해 총 21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각 참가자의 얼굴과 손바닥을 고속 분광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카메라는 일반 영상뿐 아니라 피부에서 얻어지는 빛의 파장별 신호 변화를 빠른 속도로 기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영상 신호를 러닝머신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맥파의 특성과 피부 혈류 패턴, 피부색과 관련된 분광 특성 등을 추출했다. 참가자들은 AI 분석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기존 방식의 혈압 및 당뇨병 검사도 받았다.
앞서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얼굴과 손바닥에서 얻은 맥파 정보를 분석했을 때 30초 영상으로 혈압 상태를 95.0%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정상 혈압인 사람을 정상으로 분류한 비율은 100%, 고혈압군을 고혈압으로 분류한 비율은 89.2%였다. 촬영 시간을 5초로 줄였을 때 전체 식별 정확도는 90.3%였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당뇨병 분석에서도 비교적 높은 정확도가 나타났다. 연구진이 얼굴의 피부 혈류 패턴을 분석한 결과, 당뇨병 식별 정확도는 30초 영상에서 88.2%, 5초 영상에서는 81.2%였다.
얼굴 찍어 혈압 수치도 추정...측정값 편차는 기준 초과
연구진은 별도의 커프를 팔에 감지 않고 얼굴 영상만으로 수축기혈압을 추정할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실제 혈압과 비교한 수축기혈압의 평균 절대 백분율 오차는 8.6%였다. AI가 추정한 수축기혈압과 실제 측정값 사이의 평균 오차는 −2.6mmHg로 나타났다.
평균 오차는 의료기기 성능 평가에 사용되는 AAMI(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Medical Instrumentation) 기준인 ±5mmHg 이내였다. 하지만 측정 오차가 얼마나 넓게 분포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준편차는 ±12.0mmHg로, AAMI 기준인 ±8.0mmHg를 넘어섰다.
평균 오차는 크지 않았지만 측정값의 편차가 허용 기준보다 컸다는 의미다. 개인별 혈압을 안정적으로 추정하기 위해서는 정확도가 더 향상돼야 한다. 연구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여러 의료기관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해 이러한 오차를 줄일 계획이다.
스마트폰으로 얼굴 5초 찍으면 진단?...아직은 연구 단계
이번 결과는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5초 촬영하기만 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에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니라 피부에서 얻어지는 빛의 파장별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고속 분광 카메라가 사용됐다. 연구 참가자도 215명으로 많지 않았으며 한 의료기관에서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다. 연령이나 피부색 등 특성이 다른 다양한 사람에게도 같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AI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위험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 추가 검사를 받도록 하는 선별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진단에 사용되는 기존의 절차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우치다 연구원은 더 크고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결과를 검증할 계획이라며, 충분한 검증을 거친다면 앞으로 혈압 커프나 채혈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고혈압과 당뇨병 위험군을 찾아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심장학회 측도 빠르고 비접촉 방식이라는 점에서 병원 밖에서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의료 현장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려면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검증과 측정 정확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국내 성인 10명 중 3명 고혈압...30세 이상 7명 중 1명은 당뇨병
국내에서도 고혈압과 당뇨병은 많은 성인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국내 고혈압 팩트시트(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5)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약 29%인 1260만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고혈압 환자 가운데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비율은 79%, 치료를 받고 있는 비율은 76%였다. 특히 20~39세 젊은 성인에서는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이 모두 50%에 미치지 못했다.
당뇨병 환자도 적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팩트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2021~2022년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6%로 약 533만 명에 달했다. 65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29%까지 높아졌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얼굴을 5초 촬영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나요?
A. 아직은 진단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속 분광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AI가 분석해 고혈압과 당뇨병 가능성을 가려냈다. 향후 대규모 연구에서 정확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실제 선별검사에 활용할 수 있다.
Q2. AI는 5초 영상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냈나요?
A. 5초 영상에서 고혈압 식별 정확도는 90.3%, 당뇨병 식별 정확도는 81.2%였다. 다만 고혈압 분석에는 얼굴과 손바닥 영상이 활용됐으며, 연구 참가자가 215명에 불과해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Q3.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검사할 수 있나요?
A. 현재로서는 어렵다. 이번 연구에는 피부에서 얻어지는 빛의 파장별 신호를 빠르게 기록할 수 있는 고속 분광 카메라가 사용됐다. 따라서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