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말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과 냉방시설 사용도 계속되고 있다.
시원한 실내는 무더위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냉방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감염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오염된 물 속의 균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생기는 레지오넬라증이 대표적이다.
레지오넬라증, 한국 환자 큰 폭으로 증가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서 생기는 병이다. 폐렴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 폐렴’과 발열을 일으키는 ‘폰티악 열’을 통칭해 레지오넬라증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3급 법정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 레지오넬라증 환자 수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2025년 기준 신고 환자는 전년 대비 41.6% 늘어난 640명으로 집계됐다. 발생 시기도 주로 여름철에 집중됐다.
레지오넬라균은 원래 호수, 강, 온천수 등 담수 환경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섭씨 25~45도의 따뜻한 물에서 번식이 활발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 균에 오염된 물이 에어로졸(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면, 사람이 흡입하면서 감염될 수 있다.
감염 형태에 따라 증상은 다르다. 폰티악 열은 감염 후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근육통, 발열, 오한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마른기침이나 목 통증, 콧물처럼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흔히 여름감기로 잘못 파악하는 환자도 있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2~5일 내에 회복된다.
반면 레지오넬라 폐렴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감염 후 최대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다. 이후 40℃에 가까운 고열과 함께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 기침 등이 생길 수 있다. 흉통이나 호흡곤란, 설사 등의 위장관장애나 의식장애를 겪는 환자도 있다.
일반 가정용 에어컨은 우려 X…대형 건물 위생이 관건
레지오넬라 폐렴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환자 대부분은 50세 이상이다. 흡연자·만성폐질환자·당뇨 등 만성질환자·면역저하자·과음한 사람 등에서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방치하면 폐농양, 호흡부전, 저혈압, 쇼크,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제때 치료해야 한다. 다만 증상만으로 레지오넬라 폐렴을 다른 세균성 폐렴과 구별하는 것은 어려워 정확한 검사가 우선이다.
소변 항원검사, 호흡기 검체 배양,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레지오넬라 폐렴으로 진단되면 항생제로 치료한다. 환자의 중증도와 면역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최대 2주간의 치료를 통해 회복 가능하다.
윤희영 순천향대 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인 차량용·가정용 에어컨은 레지오넬라균의 감염 위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에어컨 가동 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별도의 실외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감염 위험이 높은 것은 물을 사용하는 냉방·급수시설이 위치한 건물이다. 보통 대형건물의 냉각탑수나 냉·온수 시설, 목욕탕이나 온천, 분수, 물놀이 시설 등에서 열 관리를 위해 물을 사용하는데, 이때 오염된 물이 쓰이면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다.
윤 교수는 “여름철 갑작스러운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나타나거나 일반적인 폐렴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레지오넬라 폐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만성폐질환자·당뇨병 환자 등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