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 (목)

“죽어라 뛰는데 제자리?”…꿈속에서 몸 느려지는 이유는?

렘수면, 실제 몸 움직임 억제…의식 먼저 깨면 ‘가위 눌림’ 나타날 수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꿈속에서 몸의 주요 골격근 움직임은 강하게 억제된다. 사진=힉스필드

혹시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겨본 적이 있는가. 꿈속에서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려도 이상하게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덤벼들어 맞서 주먹을 휘둘러도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고 힘이 실리지 않는다. 자동차 브레이크를 아무리 세게 밟아도 차가 아주 천천히 앞으로 밀려가기도 한다. 결국 앞차를 들이받는다. 그 순간 눈을 뜨면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현실을 마주한다.

꿈에서는 왜 이렇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실마리는 꿈을 많이 경험하는 ‘렘(REM)수면’ 중 발생하는 근육 억제와 관계 있다. 흥미롭게도 이때의 근육 억제가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풀리지 않으면 흔히 ‘가위눌림’이라 부르는 수면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

죽어라 뛰어도 몸은 제자리…열쇠는 ‘렘수면’

사람은 잠든 동안 비렘(NREM)수면과 렘수면을 여러 차례 오간다. 렘은 ‘빠른 눈 운동(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잠든 상태에서도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특징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시기에는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생생한 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렘수면 때 몸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몸의 주요 골격근 움직임이 강하게 억제된다. 이를 ‘렘수면 무긴장(REM atonia)’이라고 한다. 꿈속에서 뛰거나 싸우더라도 실제 침대 위에서 그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꿈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뛰는데도 몸이 느렸던 경험도 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2011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린 연구에서도 꿈속 움직임과 뇌의 운동 영역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정신의학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이 자각몽을 꾸는 참가자의 뇌 활동을 관찰한 결과, 꿈속에서 손을 움직일 때 실제 손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뇌의 감각운동피질에서는 움직임과 관련된 활동이 나타났다.

즉 렘수면에서는 뇌가 움직임을 만들어내더라도 실제 몸은 이를 그대로 수행하지 않는다. 꿈속에서 경험하는 움직임과 실제 몸의 움직임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차이가 꿈속에서 몸이 느리거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신은 깼는데 몸은 아직?…‘가위눌림’의 정체

수면마비는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시간이 불규칙할 때, 스트레스가 심할 때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사진=힉스필드

눈을 뜨니 이불도, 천장도 보이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렘수면의 근육 억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어떨까.

흔히 말하는 ‘가위눌림’, 의학적으로는 수면마비다. 의식은 깨어났지만 렘수면에서 나타났던 근육 움직임의 억제가 미처 풀리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꿈의 흔적까지 남기도 한다. 방 안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 들거나 검은 형체가 보이고, 귓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수면마비에서는 이처럼 시각이나 청각, 신체 감각과 관련된 환각이 나타날 수 있다. 렘수면에서 경험하던 꿈의 이미지와 감각 일부가 깨어나는 과정에서 현실의 감각과 뒤섞이는 것이다.

특히 눈앞에 보이는 곳이 조금 전까지 잠들어 있던 자신의 방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형체를 보고 목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실제 외부에 그 대상이 존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위눌리는 시기가 따로 있나?…유독 잘 나타날 때는

“요즘 유독 가위에 자주 눌린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수면마비는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시간이 불규칙할 때, 스트레스가 심할 때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2022년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인바이런멘털 리서치 앤드 퍼블릭 헬스(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에서도 간호사·조산사, 경찰, 교사 등 844명을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정도가 수면마비의 발생이나 심한 정도와 관련된 요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결국 최근 들어 갑자기 가위에 자주 눌린다면 자신의 잠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충분히 자고 있는지, 취침과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하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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