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미국인 여성이 19년 전에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은 뒤 오랜 기간에 걸쳐 치료를 마쳤다. 이 환자는 유방 절제술과 방사선 치료 후 10년 동안 항암 호르몬 억제 치료를 견뎌냈고 암 재발 없이 건강을 지켰다.
그러던 중 52세에 완경(폐경)을 맞았고 55세가 되던 해 정기 검진에서 뜻밖의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이 환자의 요추(허리뼈) 골밀도 T-점수는 -2.5까지 떨어져 있었고 특히 3번과 4번 허리뼈의 T-점수는 -3.0으로 뼈 손실이 매우 심각했다. 골밀도 T-점수(T-score)에 따라 정상(-1.0 이상), 골감소증(-1.0 미만~-2.5 초과), 골다공증(-2.5 이하) 등으로 분류된다.
의료진은 뼈가 녹는 것을 막는 골흡수 억제제(알렌드로네이트)의 복용을 권해봤지만, 환자는 약물 부작용을 우려해 이를 정중히 거부했다. 대신 철저하게 계획된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실천하기로 했다.
환자는 주 1회 ‘근골격 강화 센터(오스테오스트롱)’를 찾아 기계로 뼈에 순간적으로 강한 압력을 가하는 ‘골형성 부하 운동’을 10~15분씩 꾸준히 받았다. 이와 함께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점진적인 근력 운동을 주 5회, 유산소 운동을 주 5회에 걸쳐 실천했다. 균형 감각 훈련도 빠트리지 않았다. 식단을 채소와 콩류 중심의 자연 식단으로 바꾸고, 하루 단백질 120g과 칼슘, 비타민 D, 마그네슘, 오메가-3 등을 꼼꼼히 챙겨 먹었다.
이처럼 꾸준한 노력은 알찬 결실을 보였다. 486일(약 16개월) 동안 골다공증 약을 전혀 먹지 않았는데도 요추 골밀도는 4.3% 높아져 T-점수가 -2.2로 올라섰다. 대퇴골 경부(넙다리뼈 목 부위) 골밀도 역시 4.7% 높아져 T-점수 -1.8을 기록했다. 가장 심하게 손상됐던 3·4번 요추 뼈가 가장 큰 폭으로 회복되면서, 환자의 뼈 상태는 골다공증보다 한 단계 낮은 골감소증으로 좋아졌다.
미국 웨인주립대 의대 연구팀의 이 사례 연구 결과(Resolution of Osteoporosis in a Breast Cancer Survivor Following Supervised Osteogenic Loading and High-Adherence Lifestyle Modificatio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를 억제하고 새로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를 도와 뼈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완경 이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하면 파골세포의 활동이 조골세포를 압도하면서 뼈의 칼슘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다.
특히 유방암 환자는 항암 치료와 난소 기능 억제 요법, 장기간의 항호르몬 치료를 거치는 과정에서 뼈 손실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아진다. 유방암 재발을 막기 위해 호르몬 대체 요법을 쓸 수 없는 환자들에게 골다공증 치료는 더욱 까다로운 과제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24년 기준) 결과를 보면 국내 50세 이상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23.5%로 남성(4.4%)보다 5배 이상 높다. 70세 이상 여성의 37.2%가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 골다공증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충격을 받거나 넘어져 골절 사고를 초래한다. 특히 고관절(엉덩관절) 및 대퇴골(넙다리뼈)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사망률이 최대 30%나 된다.
이번 사례는 약물 없이도 적절한 기계적 자극과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뼈를 다시 재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의학계에는 ‘뼈는 가해지는 기계적 하중과 자극에 적응해 스스로 강해진다’는 법칙(볼프의 법칙)이 있다. 골형성 부하 운동은 체중 부하 운동과 저항 운동 등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체중 부하 운동은 자신의 체중으로 중력을 받으며 발과 다리로 땅을 딛는 운동이다. 걷기·계단오르기 등 일상 활동을 비롯해 조깅·줄넘기·제자리뛰기·댄스 등 뼈에 충격을 주는 운동과 맨몸스쿼트·런지가 여기에 포함된다.
저항 운동은 외부 도구를 이용해 근육을 수축시키고 그 힘으로 뼈를 당겨 자극하는 운동이다. 집에서는 생수병이나 탄력 밴드를 활용할 수 있고, 헬스장에서는 아령(덤벨)·역기(바벨)·웨이트머신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사례 속 환자는 체중의 수 배나 되는 강력한 압축 하중을 주는 특수 장비를 활용해 뼈의 변형과 재생 신호를 유도했다. 여기에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균형 감각 운동과 뼈 합성에 필요한 충분한 단백질, 칼슘, 비타민 D 공급을 추가해 뼈 밀도를 되살렸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뼈가 약해졌다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임을 확 줄여서는 안 된다. 부작용이나 개인적 사유로 약물 복용이 조심스러운 환자도,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뼈와 근육에 자극을 주는 적절한 운동과 철저한 영양 관리를 꾸준히 실천하면 뼈 건강을 되돌릴 수 있다.
다만 암 병력이 있거나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뼈에 강한 충격이나 하중을 주기에 앞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미세 골절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안전하고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의 통계를 보면 국내 유방암 유병자 수는 35만4699명(2023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암 유병자에는 암 확진 후 치료 중이거나 완치돼 생존해 있는 사람(암 생존자)이 모두 포함된다.
◇생수병 운동=국내서도 이를 권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꽤 많다. 우선 양손에 물을 채운 생수병을 하나씩 쥐고 바르게 선다. 이때 뼈와 근육이 많이 약해진 사람은 생수병에 물을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만 채워도 되며, 기본적으로 자신이 무리 없이 어렵지 않게 들 수 있을 만큼만 물을 채워 시작한다.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듯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리면서 한쪽 무릎을 골반 높이로 굽혀 함께 들어 올린다. 팔과 다리를 천천히 내린 뒤, 반대쪽 다리도 같은 방식으로 번갈아 들어 올리며 양쪽을 각각 10회씩 반복한다. 이 동작은 어깨 앞쪽과 팔, 그리고 허벅지와 복부 근육을 동시에 단련해 준다.
이어 양팔을 양옆으로 날개 펴듯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리면서 다시 한쪽 무릎을 높이 들어 올린다. 마찬가지로 좌우 다리를 번갈아 가며 10회씩 천천히 움직여 준다. 이 동작은 어깨 옆쪽과 엉덩이 근육을 키워주고, 한 발로 체중을 지탱하는 과정에서 뼈에 자극을 주고 넘어짐을 막는 균형 감각까지 함께 높여준다.
생수병 운동은 65세 이상으로 뼈와 근육이 약한 사람의 경우 좌우 다리를 번갈아 가며 5회씩만 해도 도움이 된다. 동작을 취할 때는 튕기듯 반동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1~2초간 멈추며 천천히 올리고 내리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하루에 2~3회 반복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매일 걷기 운동만 열심히 해도 골다공증을 되돌릴 수 있나요?
A1. 평지를 걷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 건강에는 좋지만, 이미 약해진 뼈를 자극해 골밀도를 높이기에는 자극이 다소 부족합니다. 뼈는 일상적인 수준 이상의 강한 부하나 충격을 받아야 단단해집니다. 안전한 범위 내에서 계단 오르기, 맨몸 스쿼트, 탄력 밴드나 아령(덤벨)을 이용한 근력 운동, 가볍게 제자리 뛰기 등을 병행해 뼈에 직접적인 하중을 전달해야 뼈 형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2. 골밀도 검사의 결과지에 나오는 'T-점수'는 무엇을 뜻하나요?
A2. T-점수(T-score)는 내 뼈의 골밀도가 건강한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보다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표준편차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정상, 골감소증, 골다공증 등으로 진단합니다.
Q3.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칼슘 영양제만 챙겨 먹어도 되나요?
A3. 칼슘만으로는 뼈를 온전히 보강하기 어렵습니다. 섭취한 칼슘이 장에서 제대로 흡수되려면 비타민 D가 필수적이며, 흡수된 칼슘이 뼈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마그네슘과 단백질이 함께 필요합니다. 좋은 영양소를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운동으로 뼈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지 않으면 뼈가 영양소를 흡수해 골조직을 충분히 만들지 못합니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꾸준한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