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담배가 폐나 심혈관뿐 아니라 눈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안과 전문의 모하마드 데하바디는 최근 영국 매체 더미러를 통해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눈의 민감한 표면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전자담배 사용자에게 눈이 건조하거나 따갑고 충혈되는 증상,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눈의 표면에는 매우 얇은 눈물막이 덮여 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막이 안구 표면에 고르게 퍼지면서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이물질과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눈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선명한 시야를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물막이 불안정해지거나 지나치게 빨리 깨지면 눈이 뻑뻑하거나 모래가 들어간 듯한 이물감이 생길 수 있다. 따갑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시야가 일시적으로 흐려질 수도 있다. 데하바디는 전자담배 사용이 이러한 눈물막의 질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담배 에어로졸, 눈 표면에 직접 닿을 수도
전자담배는 액상을 가열해 발생한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방식이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액상에는 프로필렌 글리콜과 글리세린, 향료, 니코틴 등이 들어갈 수 있으며 가열 과정에서 여러 화학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전자담배에서 나온 에어로졸은 얼굴 주변으로 퍼지면서 눈 표면에 직접 닿을 수 있고, 일부 성분은 흡입 후 체내로 들어갈 수도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전자담배 에어로졸에 포함된 일부 물질이 안구 표면을 자극하고 산화스트레스나 염증 반응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눈이 건조해지면 뻑뻑함이나 이물감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은 장시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나 건조한 환경, 기존 안구건조증 등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전자담배만을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눈이 건조한데 오히려 눈물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눈 표면이 건조하거나 자극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눈물 분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분비되는 눈물로는 안정적인 눈물막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아 눈물이 흐르면서도 여전히 건조함을 느낄 수 있다.
망막·시신경에 미치는 장기 영향은 아직 불분명
전자담배가 망막이나 시신경, 눈의 미세혈관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니코틴은 혈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전자담배 에어로졸과 관련한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반응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전자담배는 장기간 사용자를 추적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특정 망막이나 시신경 질환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전자담배를 사용하면서 눈이 자주 건조하거나 따갑다면 에어로졸이 눈을 향하지 않도록 하고, 증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되면 안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시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심한 눈 통증이 생기는 경우, 눈앞에서 빛이 번쩍이는 것처럼 보이거나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것이 떠다니는 증상이 갑자기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우, 시야 일부가 커튼에 가려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는 단순한 안구건조증으로 여기지 말고 신속하게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자담배 사용자, 눈물막 더 빨리 깨져
실제로 전자담배 사용자의 눈물막과 안구건조 관련 지표가 비흡연자보다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자 85명과 비흡연자 85명의 안구건조 관련 지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눈을 깜빡인 뒤 눈물막이 깨지기 시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자담배 사용자에서 평균 10.41초로, 비흡연자의 12.66초보다 짧았다.
눈물 분비량을 평가하는 검사 결과도 각각 12.75mm와 20.02mm로 전자담배 사용자에서 낮았다. 눈꺼풀 아래쪽에 고여 있는 눈물의 양을 보여주는 눈물띠 높이가 0.2mm 미만인 비율 역시 전자담배 사용자는 32.94%로, 비흡연자의 5.88%보다 높았다.
일반 담배 끊고 비연소 제품으로 바꿔도 안질환 위험 높아
최근에는 전자담배를 비롯한 비연소 니코틴·담배 제품 사용과 주요 안질환의 장기적인 연관성을 살펴본 국내 연구도 나왔다.
고려대 의대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일반 담배를 피우다 금연한 성인 17만 9273명을 분석해 2026년 국제학술지 《미국안과학저널(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에 발표한 결과다.
연구진은 일반 담배를 끊은 뒤 니코틴·담배 제품까지 모두 중단한 사람과 비연소 니코틴·담배 제품으로 전환한 사람을 비교했다. 성향점수 매칭을 거친 3만 2316명을 평균 4.6년 추적한 결과, 백내장과 녹내장,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굴절·조절장애 등 주요 시력저하 관련 안질환 발생률은 완전히 끊은 사람에서 1000인년당 41.1건,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한 사람에서 44.0건이었다.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한 사람은 완전히 끊은 사람보다 이러한 안질환 발생 위험이 7% 높았다. 특히 당뇨망막병증 위험은 24%, 굴절·조절장애 위험은 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에서 분류한 비연소 니코틴·담배 제품에는 전자담배뿐 아니라 다른 비연소 제품도 포함된다. 관찰연구라는 특성상 비연소 제품 사용이 안질환을 직접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도 아니다.
연구진은 그럼에도 눈 건강 측면에서는 모든 니코틴·담배 제품을 끊는 것을 금연의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전자담배를 피우면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나요?
A. 전자담배 사용자의 눈물막 안정성과 눈물 분비 관련 지표가 비흡연자보다 좋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현재 연구만으로 전자담배가 안구건조증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눈 표면을 자극하고 안구건조 증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Q2. 전자담배를 피운 뒤 눈이 뻑뻑하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 눈 표면을 촉촉하고 매끄럽게 유지하기 어려워져 뻑뻑함이나 따가움, 이물감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눈물막이 빨리 깨지면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증상은 장시간 화면을 보는 습관이나 건조한 환경, 콘택트렌즈 착용 등으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Q3. 전자담배가 망막이나 시신경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A. 전자담배가 망막이나 시신경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니코틴의 혈관 작용과 산화스트레스 등이 눈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지만, 현재 근거만으로 전자담배가 특정 안질환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